코로나19 입원율 독감의 5배…예산 부족 속 방치 위기

인쇄

국가 차원 감염병 대응 컨트롤 타워 필요성 강조

감염병 대응을 위해 국가적 컨트롤 타워 구축과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코로나19 위험성이 독감보다 높은 상황에서 저조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백신 접종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실질적인 예산 지원의 필요성이 재차 언급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엔데믹을 대처하는 효과적인 국가 감염병 관리 정책’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사회경제적 여파와 현재 엔데믹 상황에서 필요한 국가 차원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코로나19는 독감보다 여전히 높은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율은 독감 대비 3배 이상 높다. 65세 이상 고령층 입원율은 이보다 더 높은 5배다. 이로 인한 입원 비용은 독감의 10배인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사회경제적 질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백신 접종이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독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연세대 약대 강혜영 교수는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독감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린다면 8만건 이상의 입원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백신에 대한 인식 개선, 자발적 접종률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정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원인을 파악하면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변이로부터 고위험군 보호하려면 백신 접종 필수
일상 회복 등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닌 엔데믹이라도 아직 위험이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엔데믹은 감염이 안정적인 상태를 의미할 뿐 감염률이 낮거나 입원·사망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현재의 코로나19는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높은 감염률을 나타내는 계절성 감염병의 특징을 보인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매년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변이로부터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도 감염병 대응 예산이 50%나 삭감된 것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 교수는 “해당 예산으로는 고위험군조차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종 감염병은 발생 주기가 줄어들고 피해는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예측적인 신종 감염병에 상시적으로 대응·대처 가능한 사회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미국에서는 2021년 대유행 대비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팬데믹 대비 핵심 역량으로 의학적 방어 수단을 강조하고 있다. 신속한 백신 개발 및 생산·배포 계획을 명시했다. 이를 위해 향후 7~10년간 77조를 투입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장기적인 인프라 구축과 선제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팬데믹 대비를 위한 주요 내용으로는 긴급 상황에서 요구되는 의약품 개발·승인 과장을 가속화하고 제조 능력을 확보할 것을 강조한다.

CEPI 역시 2021년 팬데믹 대비를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100일 이내 개발·공급한다는 목표를 강조한다. 특히 mRNA 플랫폼 기술 확보, 생산 역량 확대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에 대한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백신 기술 개발을 통해 외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감염병 대응력 강화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패널토론에는 송준영(고대 구로병원) 대한감염학회 보험이사, 권선미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기자, 강현주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사회복지사무관, 이형민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정책과장이 참여해 백신 접종률 제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송준영 보험이사는 “65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 목표를 60%, 80%와 같이 단계적으로 세우고 이에 상응하는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방접종은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 입원·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아직 인식이 부족하기에 이상 반응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과 함께 예방접종의 목적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현주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시 가장 중요했던 사항은 ▶진단 키트 보급 ▶치료제·백신의 충분한 물량 ▶중환자 발생 시 진료 및 병상 가동 여력 여부였다”며 “백신 접종 효과가 줄어드는 시기와 맞물려 올 여름 재확산이 발생했던 것을 보았을 때 치료제와 백신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향후 재유행 발생 시 의료 대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여러 부처와 협업하겠다”고 했다.

이형민 질병관리청 과장은 “국민에게 코로나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소통은 과학적 근거 외에도 여러 복합적인 요소의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올바른 정보를 투명하게 설득력 있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분절적 대응 한계 극복 위한 국가 컨트롤 타워 필요 
더불어 패널 토의에서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별적으로 관리되면서 국가 차원의 감염병 대응이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예방부터 치료까지 관여되는 여러 부처의 간극을 메꾸고 통합적 대응을 이끌 국가적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의료기관 종사자와 검역 취약시설 종사자들에게 백신 접종이 확대됐지만, 감염 위험이 높은 구급 요원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부처 간의 협력 부족으로 인한 방역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 올 여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며 정부는 3000억원 이상의 치료제를 긴급 구매했으나 일부 치료제는 사용되지 못한 채 약국으로 떠넘겨졌다. 봄 추가 접종 캠페인의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등 접종률을 높였다면 환자의 질병 부담과 국가의 재정 부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좌장을 맡은 대한감염학회 이동건 이사장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인식 개선과 백신 접종률 향상, 향후 미래 감염병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 정부와 언론, 학회, 학계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