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 허리 뭉친 줄 알았는데 눈·심장에도 염증 발생

인쇄

강직성 척추염, 진단까지 평균 40개월 이상 소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에 뻣뻣함이 느껴지고 엉덩이에 통증이 나타난다면, 흔히 척추 디스크 질환을 먼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원을 찾아도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거나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전신성 염증 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발생하는 일종의 만성 관절염이다. 단순히 척추 및 관절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 곳곳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으로 비교적 드문 질환에 속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강직성 척추염 환자 수는 5만5375명이다. 서구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연간 발생률이 약 0.5~8.2명, 유병률은 0.2~1.2%에 달한다.

출처: GettyImagesBank

문제는 초기에 척추 질환이나 기타 다른 질환으로 오인지하고 잘못된 진료과를 찾는 경우도 많은 만큼 초기부터 강직성 척추염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19년 말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강직성 척추염으로 정확하게 진단받는 데까지 평균 약 40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심평원 통계를 살펴보면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받은 환자 수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방치하면 허리 굳는 ‘대나무 척추’ 위험
강직성 척추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척추에 생기는 염증으로, 자가면역 질환인 류머티스성 질환의 일종이다.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백혈구 항원 중 하나인 HLA-B27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 발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신경외과 전문의) 대표원장은 “강직성 척추염은 20대부터 40대의 젊은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10대 후반에도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조조 강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하게 굳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증상으로, 특히 허리와 엉덩이에서 많이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증도 수반한다. 일어나 활동을 하면 증상이 호전되며 휴식이나 잠을 잘 때 오히려 통증이 심해진다.

척추외 신체의 다양한 기관에서 염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대표적인 특징이다. 우선 무릎, 발목, 발가락, 아킬레스건, 어깨 등 다양한 관절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며 안구 포도막염, 피부 건선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심지어 드물게 콩팥 기능 저하, 염증성 장염, 심장판막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척추 강직이 시작되면 가슴 확장 장애로 폐 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해서 악화하면 허리가 대나무처럼 굳어버리는 ‘대나무 척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표원장은 “강직성 척추염이 진행되면 척추 내 염증 조직이 천천히 뼈로 바뀌고 이 과정에서 연골 내 골화로 뼈인대골극이 자라난다”며 “결과적으로는 척추뼈가 통째로 붙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허리를 굽히고 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척추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시간 지나면서 악화, 조기 진단이 관건
강직성 척추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하는 병인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 다른 질환으로 오인지하거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 진단 자체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조조 강직 증상, 허리 통증 등 의심 증상이 지속될 때는 지체 없이 신경외과, 척추 관절 전문 병원을 찾아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윤 대표원장은 “강직성 척추염 진단 시 환자가 겪는 증상을 비롯해 허리와 흉곽의 상태와 유연성을 체크하는 다양한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경우에 따라 방사선 및 MRI 촬영을 함께 병행한다”며 “강직성 척추염은 만성 염증 질환에 해당하기 때문에 염증 수치 및  류머티스성 인자 등을 찾아내는 혈액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허리뼈의 유연성을 확인하는 쇼버 검사 및 흉곽의 팽창을 확인하는 흉곽 팽창능 검사가 대표적인 신체 검사이며, 경우에 따라 목뼈까지 염증이 침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두에서 벽의 거리 측정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우선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고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 요법으로 시작한다. 이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염증 수치가 높은 경우, 이를 감소시키고 장기적인 관절 변형을 지연시키는 TNF 차단제(종양괴사인자억제제), IL-17 차단제(인터루킨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만성 질환이므로 한번 발병하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대표원장은 “강직성 척추염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조기에 이를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시행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며 “증상을 방치하거나 임의로 치료를 멈추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 및 치료 과정을 꾸준히 따라가면 병의 진행을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