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심뇌혈관 질환, 적극적 LDL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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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의 월요藥담회

수치 높아지면 혈관 염증 유발
복약 순응도 높인 약, 급여 시급

 

심근경색·뇌졸중 등 중증 심뇌혈관 질환은 한국인 사망 원인 2위다.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 감사에서도 산정 특례 기한 확대 필요성, 복약 순응도 증진 등을 지적하면 심뇌혈관 질환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 치료 중요성이 강조됐다. 심뇌혈관 질환은 원천적인 치료를 지속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급성기 증상이 사라져도 다시 재발할 수 있다.


심뇌혈관 질환 재발을 막는 핵심 요소는 혈관 염증을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 관리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로 지내면 중증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특히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하기 쉽다. 고혈압으로 혈관 손상이 생기고 당뇨병으로 염증 반응이 촉발되면 그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더 쉽게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증에 가속도가 붙는다. 그만큼 더 빨리 혈관이 손상되면서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임상 현장에서 LDL콜레스테롤을 더 철저히 조절하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가 엄격해졌다.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ASCVD) 등 초고위험군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심뇌혈관 질환 재발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LDL콜레스테롤을 치료 목표 수준만큼 끌어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ASCVD 등으로 초고위험군인데도 LDL콜레스테롤의 치료 목표 달성률은 24.4%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LDL콜레스테롤은 안정적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중증 심뇌혈관 질환이 재발할 위험이 2배가량 높아진다. 국내 급성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의 78%는 심근경색 이후 1년 내 LDL콜레스테롤을 치료 목표 수치만큼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LDL콜레스테롤 관리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얼마나 꾸준히 약을 잘 먹는지를 평가하는 복약 순응도다. 복약 순응도가 높은 ASCVD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심혈관 사건 발생이 27% 낮게 나타난다. 하지만 국내 ASCVD 환자의 복약 순응도는 66.4%로 낮은 편이다. 이마저도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약 순응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투약 횟수를 연 2회로 줄면서 복약 순응도를 높인 PCSK9 억제 기전의 신약인 렉비오가 등장하면서 LDL콜레스테롤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찬주 교수는 “높은 복약 순응도는 ASCVD 환자 등 초고위험군의 심뇌혈관 사건 재발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춰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렉비오는 2주마다 자가 주사하던 기존 PCSK9 억제제와 비교해 투약 순응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적으로 적용돼 실질적인 환자 접근성이 낮은 상황이다. 렉비오는 미국·영국·독일 스페인·그리스·일본 등 전 세계 39개국에서 급여로 쓰이고 있다. 이찬주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급여가 적용되고 있고, 추가로 소요되는 재정이 큰 것도 아니어서 국내에서도 급여가 안 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중증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려면 LDL콜레스테롤 관리는 필수다. LDL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벽에 쌓여도 심뇌혈관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이상 증상이 없다. 중증 심뇌혈관 질환 초고위험군인 ASCVD 환자의 효율적 LDL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한 보건 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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