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68세 아버지는 몇 년 전 전립샘암을 진단받았습니다. 초기에는 호르몬 치료로 암 진행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지만, 결국 전이성 거세저항성 단계로 진행되고 말았습니다. 암이 전이되면서 수술이 어려워지고 항암제도 사용해 봤지만 기대보다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데다 부작용으로 힘들어합니다. 어쩔 수 없이 호르몬 요법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막막합니다. 거세저항성으로 진행한 전립샘암은 보통 어떻게 치료하나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의 조언
전립샘암은 조기 진단 시 매우 높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전이가 시작되는 순간 생존율이 급격히 하락합니다. 국소 전립샘암은 예후가 대단히 좋은 편이지만, 진행성 암(암이 국소 림프절로 퍼졌거나 원격 전이가 생긴 경우)은 예후가 좋지 않아 수술이나 방사선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약물을 사용한 전신요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전신요법이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호르몬 치료입니다.
그런데 진행성 전립샘암은 호르몬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전립샘암 환자가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지 평균 2년 정도 지나면 남성 호르몬 박탈 치료에 대한 저항 상태인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으로 악화합니다. 현재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을 위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된 상황이지만, 안타깝게도 완치는 어렵습니다. 대개 3~4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단계에서는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남성호르몬 박탈 치료를 지속하면서 추가적인 약물치료로 병을 조절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치료제로 안드로겐 수용체 경로 차단제와 탁산 계열 항암화학요법이 있습니다. 일부 유전성 전립샘암에서는 파프(PARP)저해제와 같은 표적치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이 부위나 증상에 따라 골 전이 치료, 비뇨기계 증상 치료, 빈혈 혹은 식욕부진을 위한 치료를 병행합니다.
사실 올해 초만해도 안드로겐 수용체 경로 차단제, 탁산 항암제 치료에도 병이 악화하면 현실적으로 더 이상의 유의미한 치료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국내에도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신약인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플루빅토)가 도입됐습니다. 플루빅토를 활용한 전립샘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암세포만 정밀하게 타기팅합니다. 안드로겐 수용체 경로 차단제와 탁산기반 항암제로도 호전되지 않는 PSMA PET 양성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환자라면 사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인 플루빅토는 방사성 동위원소(177Lu)를 활용한 표적 치료제입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전립샘암이 진행할수록 암세포에 발현율이 증가하는 전립샘특이막항원(PSMA)과 선택적으로 결합합니다. 다시 말해 PSMA가 발현된 전립샘암 미세 전이 암세포까지 정확하게 타기팅한 다음 치료 방사선을 암세포만 전달해 사멸을 유도합니다. 따라서 주변 정상 조직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립샘암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지만,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의 부작용은 피로, 구강 건조, 오심, 빈혈, 식욕감소, 변비로 대부분 경미합니다. 주의사항만 잘 지킨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방사성 의약품은 주로 콩팥(신장)을 통해 배설됩니다. 따라서 충분한 수분 섭취로 가능한 자주 배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외에도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후 대략 2일 정도는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 밀접 접촉을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건·화장실을 별도로 사용하고 약 1m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길 권고합니다. 가족 중 어린이·임신부가 있다면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 별도 공간을 사용하는 등 신체 접촉을 자제해야 합니다.
전립샘암은 다른 암에 비해 증식 속도가 느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암이 주변 장기로 전이되면 각종 전신 증상이 나타납니다. 50대 이후부터는 정기 검진을 통해 전립샘 건강을 확인하길 권합니다. 특히 BRACA 유전자 등 전립샘암·유방암·난소암 가족력이 있다면 암 조기 발견을 위해 40대라도 전립샘암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BRACA 변이는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납니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남성에서 전립샘암 발생 위험이 3~8배까지 늘어납니다. 이 외에도 전립샘 암 예방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균형잡힌 식단을 실천할 것을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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