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미추홀구 인화중학교 급식실에 로봇 조리사가 등장했다. 입사 2개월 차인 대형 로봇 두 대는 이 날 각각 치킨, 볶음밥을 만들라는 임무를 맡았다. 식재료를 넘겨받은 로봇이 솥을 가열하고 조리 삽을 휘저으며 고기, 채소를 순서대로 볶는다. 재료 투입 시점, 온도, 시간에 빈틈이 없다. 튀김 망에서 갓 건져낸 치킨 맛을 본 시음자들은 '튀김 요리하기 까다로운데 아주 바삭하다'며 감탄했다. 이 학교 조리 로봇은 영양사의 지도 아래 160여개의 조리법을 보유하고 있다. 감자탕, 김치햄찌개, 미니만두국은 기본이다. 북경식꿔바로우, 코다리실강정, 맛초킹치킨 같은 다양한 요리를 능숙하게 조리한다.
조리 로봇이 건강한 학교 급식의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 학생, 조리사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한다. 표준화된 조리법과 영양 성분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강점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 체육건강교육과 학교급식팀 정남실 주무관은 “정해진 온도와 조리 시간을 정확히 지켜 균일한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면에서 식품 안전이 높아졌다”며 “로봇이 더 나은 급식을 제공해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대량 조리가 필요한 급식실에선 식중독 위험이 공존한다. 육류·가금류 조리 시 칼·도마 등 주방 기구와 이를 다루는 사람 손이 식중독의 주원인 중 하나다. 조리 로봇은 이런 교차 오염 위험을 줄여준다. 로봇이 필요한 양의 물을 받아 팔팔 끓이고 재료를 순서대로 투입해 데치고 볶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다. 조리사는 양파를 썰고 감자를 깎는 등의 식재료 전처리 과정에 집중한다. 보다 위생적인 급식 환경을 만든다.
급식실 조리사의 건강권도 조리 로봇이 지킨다. 조리사들이 장시간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사람이 조리 기구에 직접 접근할 필요가 없어 화상 사고 위험이 낮아졌다. 대량 조리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허리,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 위험도 덜게 됐다.
특히 소리 없이 다가오는 호흡기 질환 위험을 낮추는 게 크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30%는 폐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음식을 볶고 튀기는 환경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 질환이 발생한다.
비흡연자 폐암과도 관련 깊다. 대한폐암학회가 비흡연 여자 폐암의 위험요인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2018)에 따르면 가스레인지 앞에서 굽고 튀기는 요리할 때 발생한 유해 물질을 흡입한 것이 폐암에 영향을 미쳤다. 폐암 발병 위험은 기름 요리를 주 4회 이상한 경우 3.67배였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의 요리(1.4배)와 연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질 정도의 환경(2.6배)이 관련 있다.
급식소 종사자들에게는 2021년부터 직업성 폐암이 인정된다. 도성훈 교육감은 “이번에 설치된 인천형 조리 로봇이 조리 실무사들의 폐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로보틱스 우종영 대표는 “학교 급식뿐 아니라 고령자, 환자식 등 단체 급식 분야에서도 부분 자동화 조리 로봇이 효율을 높이고 식품 안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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