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발병 위험 최대 80% 높이는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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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카 유전자 변이 있을 때 위험 커져

유방암은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2020년만 해도 전 세계 230만 명에게 발생했고 69만 명가량이 이로 인해 숨졌다. 국내에서도 발생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2011년 1만6261명이었던 유방암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해 2021년에는 2만8861명으로 집계됐다.

강릉아산병원 암센터 외과 윤광현 교수에 따르면, 유방암의 원인은 크게 ▶유전성 유방암 ▶가족성 유방암 ▶산발성 유방암으로 나뉜다. 이 중 유전성 유방암이 전체 유방암의 약 10%를 차지하며 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더욱 자세히는 브라카(BRCA)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최대 80%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우리 몸에서는 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고 복제된다. 이 과정에서 가끔 오류가 발생해 암세포로 발전하게 되는데, 브라카 유전자는 무분별한 세포 분열을 억제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브라카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 변형이 일어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오류가 축적돼 악성종양이 생긴다. 윤 교수는 "많은 사람이 브라카 유전자 자체가 유방암을 발생시킨다고 알지만, 실제로 브라카 유전자는 악성종양의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카 유전자 변이는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특정 조건이 있어야 건강보험이 적용돼 모든 사람에게 검사가 권장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대상은 유방암으로 진단된 사람 중 가족 또는 친척(3촌 이내) 1명 이상이 특정 악성종양에 진단된 경우다. 특정 악성종양에는 유방암, 난소암, 남성 유방암, 전이성 전립샘암, 췌장암이 해당한다.

이 외에 ▶40세 이전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60세 이하에 삼중음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양측성 유방암 ▶남성 유방암도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유방암 환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윤 교수는 "유전성 유방암은 성인기에 발현되는 질환"이라며 "유전자 변이 검사는 검사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성인이 된 뒤에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방암 유전자 변이 보인자(브라카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으나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가족력을 고려해 검진의 시작 시기와 빈도에 대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25세 이상이라면 매년 1~2회 유방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30세 이후로는 매년 유방 촬영술과 유방 MRI 검사를 병행하도록 한다. 

유방암 발생 전 예방적으로 유방을 절제하는 것도 도움될까. 윤 교수는 "예방적 유방 절제술의 경우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지만, 아직 생존 기간 향상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의 부작용으로 여성성 상실, 일상의 스트레스, 자신감 상실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은 보인자에게 정상 유방에 대한 예방적 절제술은 추천하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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