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니 술 한잔, 불안·죄책감 증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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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상태에선 뇌세포 파괴 촉진

감성이 풍부해지는 가을엔 술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특히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과음이 습관인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2022)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조사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한 환자 200명 중 82명은 우울증을 함께 앓고 있다.

술이 우울증과 자살의 상관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면 우울할 때 술로 달래려는 행동은 건강에 득보다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뇌의 전두엽 기능이 저하한 우울 상태에서 알코올을 섭취하면 알코올이 뇌세포를 더 파괴한다. 게다가 뇌 신경을 자극해 불안, 불면증, 죄책감을 증가시킨다. 다사랑중앙병원 안민철(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우울증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뇌세포 파괴가 촉진되면서 전두엽 기능이 더 떨어지고 우울증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을과 겨울엔 일조량이 줄어든다. 그러면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합성이 감소한다. 특히 세로토닌 분비에도 영향을 미쳐 수면 부족과 생체 리듬 변화로 우울함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시기다. 우울감을 해소하고자 술을 마시는 행위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지만, 술의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더 큰 우울감과 함께 또다시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

우울증 예방과 관리를 위해선 ▶낮 야외 활동을 통해 햇볕을 쬐고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으며 ▶규칙적인 수면 패턴 유지와 균형 잡힌 식단이 도움된다. 수면 환경을 개선하는 상담, 광선 치료, 항우울제도 전문의와 상의할 수 있는 선택지다. 안 원장은 "2주 이상 지속하는 우울감과 함께 술에 대한 유혹을 견디기 어렵다면 중독 관련 전문 치료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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