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전립샘비대증, 추운 겨울철에 더 심해져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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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병원 비뇨의학과 조원진 교수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를 초과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23년엔 노인 인구가 19%를 차지하면서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많은 노인성 질환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전립샘은 방광 바로 밑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남성 생식기 장기의 하나로 정액을 구성하는 성분 중 약 30%에 해당하는 전립샘액을 분비한다. 전립샘에선 전립샘염, 전립샘비대증 그리고 전립샘암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립샘비대증과 전립샘암은 노인 남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에 해당한다. 과거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이런 질환의 발생 빈도가 점점 증가하는 실정이다.

전립샘비대증은 나이가 들면서 여성이 호르몬 변화로 폐경을 겪는 것처럼 노인 남성에서 남성호르몬 대사의 변화로 발생한다. 전립샘이 비대해지면 주간과 야간에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와 야간뇨’, 배뇨가 더디게 시작되는 ‘요주저’, 소변 줄기의 힘이 약해지는 ‘약뇨’, 배뇨가 쭉 이어지지 않는 ‘단속뇨’, 배뇨 후에도 방광에 소변이 남아있는 ‘잔뇨감’,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 힘든 ‘요절박’, 심한 경우 참지 못하고 소변이 나와 버리는 ‘요실금’ 등 다양한 배뇨 증상을 일으킨다.

이렇게 전립샘비대증은 배뇨 증상으로 환자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야외 활동이나 대인 관계에 불편감을 유발하고 우울감마저 느끼게 한다. 게다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은 전립샘비대증은 갑작스럽게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 세균에 의한 방광과 신장의 ‘감염’,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방광에 돌이 생기는 ‘방광결석’, 방광에서 신장으로 소변이 역류하는 ‘방광요관 역류’ 그리고 심한 경우 신장 기능이 저하하는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전립샘비대증의 진단은 소변 검사, 전립샘암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립샘 특이항원 검사, 소변 속도 검사, 배뇨 후 잔뇨량 검사, 전립샘 초음파 검사, 요역동학 검사를 시행한다. 초기 치료는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을 개선함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이런 치료에도 증상의 개선이 없거나 앞에서 이야기한 급성 요폐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엔 수술적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초기에 시행하는 약물치료에는 알파1-교감신경 차단제와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를 비롯해 항콜린성 제제, 베타3-교감신경 항진제 그리고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5 억제제가 사용된다. 이들 중 가장 기본인 약물은 소변을 볼 때 요도가 잘 열리게 하는 알파1-교감신경 차단제와 비대해진 전립샘을 다시 작게 만드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다. 알파1-교감신경 차단제는 빠르게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되지만 어지럼증, 피로감, 누웠다가 일어날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어 고혈압·협심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는 남성호르몬의 대사에 직접 작용해 비대해진 전립샘을 작게 만들어 환자 증상을 개선하는데,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가 쓰인다. 현재까지 여러 연구에 따르면, 환자가 최소 3개월 이상 해당 약물을 복용한 경우 급성 요폐 등의 이유로 수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험성을 많이 감소시킨다고 알려진다. 피나스테리드를 4년간 복용한 환자 304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선 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비교군에 비해 수술과 요폐 현상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고 전립샘의 크기 또한 많이 감소시켜준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또한 3047명을 대상으로 4년 이상 피나스테리드와 알파1-교감신경 차단제를 함께 복용한 연구에서도 전립샘비대증의 진행을 억제했고 특히 급성 요폐와 수술적 치료의 위험성을 많이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는 남성호르몬 대사에 직접 관여하므로 발기부전, 사정 장애, 성욕 감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면 이런 이유로 약물치료를 중단한 경우는 1~5%로 많지 않았다. 이 또한 12개월 이상 복용했을 땐 그런 부작용 발생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전립샘비대증은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다. 평소 음주를 자제하고 금연하며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기르고 적절히 운동한다면 그 발생과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증상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초기에 적절하게 관리·치료한다면 전립샘비대증 탓에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어느덧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겨울엔 다른 계절보다 교감신경계 활성도가 증가하고 추운 날씨 때문에 감기·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이 늘어난다. 과도한 교감신경계 활성은 원활한 배뇨를 방해하며 호흡기 질환 시 사용하는 약제엔 배뇨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성분이 있는 약물이 많이 포함돼 있다.

평소 전립샘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동시에 호흡기 질환으로 진료를 받는다면 본인이 배뇨 장애 증상이 있거나 전립샘비대증이 있다는 사실을 의료진에게 반드시 이야기해 적절한 치료를 받길 권한다. 다가오는 겨울, 전립샘비대증으로 인해 발생한 급성 요폐로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위험을 예방함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겨울을 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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