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금식 후 피검사에서 혈당 높다면 당뇨병 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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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100대 궁금증] 공복혈당장애

과체중이거나 당뇨병 가족력, 고혈압이 있다면 건강검진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수치가 있습니다. 바로 ‘공복 혈당’입니다. 건강검진 때 금식하고 하는 혈당 측정 결과입니다. 8시간 이상 금식 후 혈당 수치가 100~125㎎/dL면 공복혈당장애로, 당뇨병 직전 단계를 의미합니다. 이 수치가 100㎎/dL 미만이면 괜찮지만 126㎎/dL 이상이면 ‘당뇨병이 문 앞에 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때가 마지막 경고 신호입니다. 방심하지 말고 대처해야 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공복혈당장애입니다. 많은 사람이 당뇨병 초입에 이미 발을 한 발 걸친 셈입니다. 공복 혈당이 높으면 향후 당뇨병으로 진행할 확률이 5배 이상 높습니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두면 심장과 혈관에도 빨간불이 들어옵니다.
 

13%는 이미 신장 기능 저하돼

공복혈당장애는 단순히 숫자가 아닙니다. 미국 에머리대 연구팀이 약 2만8000명의 사람을 26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공복혈당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 중 37%가 고혈압, 51%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이었습니다. 13%는 신장 기능이 이미 저하된 상태였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 랜싯 당뇨병과 내분비학에 실렸을 정도로 심각하게 다뤄졌습니다. 당뇨병 직전인데도 심장과 신장이 조용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복 혈당 수치가 조금 높을 뿐이라며 방심할 때가 아닙니다.

당뇨병은 심뇌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여러 역학 조사에 따르면 공복혈당장애 수준의 건강 상태에서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혈당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낮은 정상과 높은 정상은 다릅니다. 평균 혈당 수치는 같아도 혈당의 변동 폭이 큰 경우, 당뇨병과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공복 혈당이 85㎎/dL인 사람과 95㎎/dL인 사람은 공복혈당장애나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혈당의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은 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신호입니다. 세포에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져 기능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생활 습관이 불규칙하다는 증거입니다.
 

체중 5% 줄이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 

공복혈당장애를 관리하려면 첫 번째 단계는 체중 감량입니다. 체중의 5~7%만 줄이면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춥니다. 몸무게를 한 번에 다 줄일 필요 없이 체중의 일부만 감량해도 큰 효과를 봅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중요합니다.

둘째로 저녁 식사를 너무 늦게 하거나 야식을 자주 먹는 습관은 공복혈당장애를 악화시킵니다. 가능하면 저녁 식사는 오후 7시 전에 마치고 식후에 커피믹스나 달콤한 과자 같은 음식을 먹는 건 피해야 합니다. 당뇨병으로 진행되기 전에 관리하는 것과 이미 당뇨병으로 진행된 후에 관리하는 것의 차이는 치료 방법뿐 아니라 합병증 발생 여부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고혈당에 노출되는 기간이 짧으면 여러 심혈관계 합병증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집니다. 당뇨병으로 진행되더라도 그 시기를 늦추거나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도 혈당을 잘 유지합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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