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구와의 술자리가 늘어날 때 주의해야 할 질병의 하나가 ‘급성 췌장염’이다. 과도한 음주와 기름진 음식이 췌장염 발병의 주요 원인이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의 1~3월 내과 질환 통계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 장애 입원 환자 623명 중 고혈압은 202명, 당뇨는 178명, 간경화는 140명이었다. 지방간(61명)과 췌장염(42명)도 적지 않다.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의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 간경화뿐만 아니라 췌장염이 많이 발견된다”고 경고했다.
췌장은 몸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코올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췌장은 이를 대사하기 위해 더 많은 췌장액을 분비한다. 이때 분비된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하게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췌장세포가 손상을 입고 염증이 발생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다.
급성 췌장염은 치료 없이 방치하면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만성 췌장염은 췌장이 점점 딱딱해지고 기능을 상실하는 질환이다. 한 번 손상된 췌장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전 원장은 “급성 췌장염이 자주 재발하면 만성 췌장염뿐만 아니라 췌장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급성 췌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복부 중앙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통증, 메스꺼움, 구토다. 췌장염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와 함께 CT, MRI로 췌장과 주변 장기를 확인한다. 급성 췌장염의 기본적인 치료법은 췌장을 쉬게 해주는 것이다. 금식해 췌장을 보호하면서 수액으로 영양을 공급한다.
증상이 심하면 입원 치료를 받는다. 급성 췌장염 환자는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전 원장은 "알코올 사용 장애는 단순한 습관이 아닌 뇌가 음주를 조절할 수 없는 병"이라며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 힘들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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