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담도암 면역항암제 임핀지 신속 급여를 요청하는 청원 글이 게재됐다. 50대 담도암 환자의 자녀라고 밝힌 청원인은 “어머니가 올해 1월 간내담도암 4기로 진단받았다”며 “기존 항암요법에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추가하는 병용 치료로 8개월이 지난 현재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한 달에 1000만원인 치료비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간과 십이지장에 걸쳐있는 담도에 생기는 담도암은 암세포가 담도를 따라 여러 갈래로 얇게 자라는 특징으로 예후가 좋지 않다. 또 초기에는 암을 의심할 수 있는 특이적인 증상도 없어 담도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가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된다. 진행성 담도암 환자에서 글로벌 담도암 진료 가이드라인은 면역항암제인 임핀지를 병용하는 치료법을 1차 치료로 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값을 모두 부담하는 비급여로 치료해야 한다. 청원인은 “여태 실비 보험으로 한달에 100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해왔지만, 현재 실비 보험 한도가 소진돼 경제적 부담에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임핀지는 기존 항암요법에 비해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시킨 항암제로 어머니가 직접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며 “많은 담도암 환자가 경제적 이유로 임핀지 병용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임핀지 급여 등재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당 청원은 24일 기준으로 2900여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담도암 및 간암 환우 커뮤니티에도 청원 글이 공유되면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한국의 암 치료 성적은 전 세계에서 인정할 만큼 수준이 높다. 반면 담도암 사망률은 전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다. 국내 담도암 사망률은 10만명당 11.64명으로 전 세계 1위로 소득 수준이 비슷한 유럽 주요 국가와 비교해 예후가 더 불량하다. 국내 주요 암종과 비교해도 췌장암 다음으로 낮다. 실제 담도암의 5년 생존율은 2010년 26.9%에서 2021년 28.9%로 단 2%p만 개선됐다. 담도암 면역항암제 등 최신 치료법 적용이 어려워 생존율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국민동의 청원에 등장한 담도암 최초의 면역항암제 임핀지는 정체됐던 담도암 치료 환경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이하 GemCis) 외에 치료 대안이 없었던 담도암에서 12년 만의 신규 치료 옵션으로 등장했다. 특히 임상 3상 연구인 TOPAZ-1 연구에서 임핀지 병용요법은 GemCis 대비 2년 시점 전체 생존율을 2배 이상 개선한 것을 확인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담도암 환자에게 남은 기대여명은 6~12개월 수준이다.
올해 발표된 3년 전체 생존(OS) 추적 결과에서도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14.6% vs 6.9%). 임핀지는 2022년 말 국내에서 담도암 적응증을 허가받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비급여다. 지난해 임핀지는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 상정됐지만, 화학요법인 GemCis에 한해서만 급여를 인정받으며 급여 도전에 실패했다. 올해 6월 임핀지는 담도암과 간암 적응증에 대한 급여 심의를 신청했으며, 올해 내로 암질심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담도암이 희귀 암으로 분류될 정도로 발병률이 낮은 서양 국가에서도 담도암에서의 임핀지 급여를 인정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발생률 2위, 사망률 1위일 정도로 심각한 예후를 보이는 한국에서는 정작 급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임핀지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호주 등에서 담도암의 심각성과 임핀지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허가와 동시에 혹은 허가 10개월 이내에 급여가 인정된다.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범아시아 담도암 환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핀지는 진행성 담도암 1차 치료에서 높은 수준으로 권고되는 한편 신속한 급여 적용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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