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유발하고 청력 떨어뜨리는 폐렴구균 질환, 백신 접종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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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돌까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병 위험 가장 높아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 중 하나인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균은 폐렴구균이다.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 환절기에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하면서 폐렴구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폐렴구균에 감염되면 평소에는 괜찮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급성 중이염, 부비동염, 폐렴, 균혈증, 뇌수막염 등 다양한 폐렴구균성 질환으로 진행한다. 특히 생후 12개월 이전 영유아는 모든 연령대에 통틀어 폐렴구균 감염으로 인한 치명적인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병률이 가장 높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윤경 교수의 도움말로 예방이 중요한 폐렴구균성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 1. 폐렴구균은 폐렴만 조심하면 된다
x 폐렴구균은 감염 부위에 따라 다양한 질환을 야기한다. 그래서 폐렴구균성 질환으로 통칭한다. 코에 폐렴구균이 감염됐다면 부비동염, 귀로 침투하면 중이염, 폐로 이동하면 폐렴으로 나타난다. 특히 위험한 것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이다. 폐렴구균이 뇌·척수 등 무균 부위까지 침투해 뇌수막염, 균혈증을 유발한다. 침습성 폐렴구균은 중증도가 높다. 균혈층의 치명률은 20%나 된다. 생후 12개월 미만 유소아는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생률이 높다. 5세 미만 유소아에서 발생하는 전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50%는 출생 첫 해에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해 폐렴구균성 폐렴으로 진료받은 환자의 50%는 5세 미만 유소아였다. 

다행히 폐렴구균성 질환은 백신 접종으로 발병 전 예방이 가능하다. 김윤경 교수는 “태어난 첫 해가 폐렴구균 질환 예방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영유아에게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지원해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유소아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생후 2·4·6개월에 기초접종 3회, 12~15개월에 1회 등 총 4회 접종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유소아에게 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은 프리베나13·박스뉴반스 두 종류다.

Check 2. 폐렴구균 감염으로 유소아 청력이 나빠질 수 있다
O 폐렴구균은 유소아에게 매우 흔하게 발병하는 세균성 중이염의 주요 원인이다. 소아는 성인보다 귀와 목을 연결하는 관인 귀인두관이 짧고 수평에 가까워 폐렴구균 등 세균·바이러스가 중이로 더 쉽게 침투한다. 중이염에 취약한 이유다. 실제 첫 돌을 맞이하는 생후 12개월까지 60%의 유소아가 적어도 1회 이상 급성 중이염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 잦은 중이염으로 어릴 때부터 청력이 나빠질 수 있다. 중이염 등 다양한 폐렴구균 질환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Check 3. 폐렴구균 백신은 예방 범위가 넓은 것이 제일 좋다
x 백신을 선택할 때 예방 범위가 중요한 고려사항이긴 하다. 김 교수는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은 백신에 포함된 원인균인 혈청형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면역원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백신 접종으로 실질적인 접종 효과가 충분한지 살피는 면역원성도 살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치명성이 높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 범위, 면역원성을 함께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WHO는 폐렴구균 백신의 면역원성을 확인할 때 개별 혈청형의 면역원성 기준으로 ‘IgG concentration 0.35㎍/mL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엔 15개 혈청형을 포함한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인 박스뉴반스가 국내에도 도입돼 4월부터 NIP로 접종 가능하다. 

박스뉴반스는 기존 PCV13 백신과 동일한 13개 혈청형에 22F·33F 등 두 가지 혈청형을 추가했어도 모든 혈청형에서 WHO가 제시한 면역원성 기준을 충족한다. 또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혈청형 3에 대해 PCV13보다 더 우수한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혈청형 3은 폐렴구균 백신의 NIP 도입으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병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소아에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의 하나다. 특히 국내 성인에서 발병 비율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아이를 돌보다가 혈청형 3에 감염돼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에 걸릴 수있다. 

Check 4. 폐렴구균 백신 접종으로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
O 폐렴·중이염 등 폐렴구균 질환은 항생제로 치료한다. 기억할 점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이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진균·바이러스 등 미생물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지는 능력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항생제 사용이 증가하면서 항생제 내성 문제가 커졌다. 항생제 내성균이 증가하면 항생제 노출이 없던 사람도 처음부터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에 감염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인 슈퍼 버그에 감염되면 더 이상 쓸 약이 없어 임상 현장에서 대처가 어려워 질 수 있다. 

치료가 가능해도 문제는 또 있다.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을 말살하는 핵폭탄이다. 폐렴구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쓰면 장내 미생물이 모두 사멸된다. 유익균이든, 유해균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인다. 특히 처음 항생제를 투여한 나이가 어리고 투약 기간이 길수록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항생제로 한 번 파괴된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6개월이 지나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폐렴구균 백신 접종으로 폐렴구균 질환을 예방하면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데 더 유리하다. 

Check5. 기존 폐렴구균 백신인 PCV13으로 접종을 시작했어도 남은 접종은 PCV15로 바꿀 수 있다
O 가장 최근에 도입된 PCV15는 기존 백신인 PCV13과 교차 접종이 가능하다. 여러 연구를 통해 교차 접종을 해도 면역원성,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기존 PCV13을 1회 이상 접종했더라도 남은 접종 회차는 PCV15로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차 접종으로 PCV13에는 없는 22F·33F 혈청형에 대한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생후 2·4·6개월에 3회 기초접종을 PCV13으로 했어도 12~15개월에 시행하는 추가 접종 1회는 PCV15로 교차 접종할 수 있다. 다만 총 4회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PCV15로 추가 접종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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