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우수수 빠지는 머리, 탈모 유발하는 습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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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열 사용하는 스타일링 피해야

가을은 만물이 결실을 맺는 '풍요의 계절'이다. 모발에 있어서는 다르다. 차고 건조한 날씨 탓에 탈모가 촉진돼 '빈곤의 계절'로 통한다. 더욱이 모발은 봄철에 늘고 가을에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 이 시기 머리숱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있다. 탈모에 대한 궁금증을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대부분은 유전성 탈모증

탈모는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부위에 머리카락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크게 모낭이 유지되는 탈모(유전성·휴지기·원형탈모증)와 유지되지 않는 탈모(흉터형성 탈모증)로 구분한다.  

전체 탈모증의 85~90%는 유전성 탈모증이다. 주원인은 유전자, 노화,  남성호르몬 세 가지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전성 탈모증을 겪는 이들도 늘고 있다. 휴지기 탈모증은 스트레스, 영양 결핍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모발의 생장 주기가 변하는 증상이다. 특히 출산 후에 많이 발생하는데 임신 중 증가했던 여성호르몬이 분만 후 감소하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가 100일일 때 머리가 가장 많이 빠지고 돌(12개월) 때는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외에 원형탈모증은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해, 흉터형성 탈모증은 외상·화상·감염 등으로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돼 발생할 수 있다.

권 교수는 "모자를 자주 쓰면 탈모가 생긴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꽉 끼는 모자나 가발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두피에 염증이 생기거나 모낭염이 발생하는 등 두피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원인별 대처법 제각각

탈모 초기에는 뒷머리보다 정수리와 앞머리의 모발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모낭이 작아지고 피지샘이 커지면서 유분기가 늘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머리가 평소보다 기름지고 빗질이 부드러워진다면 탈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머리 헤어라인이 위로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는 두피 상태와 모발의 밀도, 굵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진단을 내린다. 50~60가닥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당겼을 때 5개(10%) 이상 빠지는지 살펴보거나 모발 확대경, 모발 화상 분석을 이용해 모발의 성장 속도 등을 확인하기도 한다.  

유전성 탈모의 경우 완치가 어렵지만, 약물치료로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DHT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5-α환원효소를 차단하는 먹는 약(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등)을 쓴다. 모낭을 자극해 성장기 진입을 촉진하는 바르는 약(미녹시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성장기의 모발은 한 달에 약 1cm 자라나기 때문에 약 6개월간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유의미한 발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탈모는 평생 치료가 필요한 만큼 효과가 있다고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 적절한 약물과 용량은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상당 부분 탈모가 진행됐다면 뒷머리를 채취해 앞머리로 이식하는 자가 모발 이식이 효과적이다. 뒤쪽 두피는 이마나 정수리 두피보다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용체 발현이 적어 탈모가 심해져도 모발이 잘 유지된다. 이 외에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회복되므로 원인을 찾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형탈모증은 국소 스테로이드나 면역 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흉터형성 탈모는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돼 모발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주로 모발 이식을 한다.
 

머리 세게 묶는 행동 자제해야

권 교수는 "탈모는 노화 현상의 일환으로 노화를 멈출 수 없듯 탈모도 완벽히 치료하기 어렵다"며 "단,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건강한 두피, 모발 관리를 위해서는 일단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 급격한 체중 감량과 비만은 모두 탈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식단도 도움된다. 기름지고 당분이 많은 식단 대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또 당뇨·고지혈증·신장 질환 등의 대사 질환이 조절되지 않으면 탈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한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도 빼놓을 수 없다. 모낭도 생물학적 주기를 갖기 때문에 가급적 일정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기를 권장한다. 수면이 불규칙하면 휴지기 탈모증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머리를 세게 묶거나 과도한 열을 사용하는 스타일링 등으로 두피에 자극을 주는 행동은 삼가도록 한다. 또 권 교수는 "머리를 감을수록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생각하지만, 머리를 자주 감는 건 두피와 모발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 탈모 예방에 좋다"며 "대신 두피에 자극을 주는 강한 샴푸나 뜨거운 물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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