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높은 온도와 습기는 탈모 증상을 악화시킨다. 두피에 세균이 활발하게 번식하면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두피의 유분과 수분 균형이 깨져 탈모가 더 심해진다. 탈모인들에게는 가을도 스트레스의 계절이다.
탈모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머리카락이 극도로 얇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 명에 달한다. 이중 절반 정도가 10~30대 젊은 층이다. 탈모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는 “이제 탈모는 중장년층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층이나 여성 등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탈모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10대 학생들까지도 원형탈모나 스트레스로 인한 발모벽(강박적으로 머리카락을 뽑는 습관)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머리카락은 생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반복하며 자란다. 보통 사람의 머리카락은 10만개 정도다. 하루에 50~1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이나 100개가 넘게 빠진다면 탈모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흔한 탈모 형태로는 원형탈모, 안드로젠 탈모증, 휴지기 탈모가 있다. 원형탈모는 동전 모양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다. 안드로젠 탈모증은 남성의 경우 M자형으로 이마선이 넓어지고 여성의 경우 정수리가 휑해지는 특징이 있다.
휴지기 탈모는 큰 수술이나 출산 등으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 후에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 같은 환경오염, 과한 음주와 흡연, 무분별한 두피 마사지도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탈모가 있다면 이런 요인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탈모는 조기에 치료할수록 결과가 좋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탈모의 형태와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원형탈모의 경우 자가면역 질환으로 보고 피 검사와 자가면역 항체 검사를 시행한다. 안드로젠 탈모증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휴지기 탈모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탈모 예방에 도움된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좋다. 탈모는 조기 치료가 중요하므로 가족력이 있거나 탈모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길 권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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