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곳곳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의료의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환자 상태를 분석해 판독을 보조하면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자연스레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과 환자의 치료 안정성도 높아진다. 다만 의료기기로 규제 문턱을 넘어 기술력을 인정받은 사례는 드물다. 국내에선 의료 인공지능 기업인 코어라인소프트가 진단 보조 제품에 더해 응급 의료 솔루션 분야에서 최다 혁신통합의료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13년간 몸 담아온 코어라인소프트 박준민 상무(CPO)에게 혁신의료기기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들었다.
-주요 혁신의료기기의 특징은 뭔가.
“코어라인소프트는 중증 응급 질환 진단을 돕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뇌출혈과 대동맥박리, 폐색전증이 대표적인 진단 보조 대상이다. 우선 ‘에이뷰 뉴로캐드’(AVIEW NeuroCAD)는 뇌출혈을 신속하게 검출하는 솔루션이다. 환자의 뇌 CT 영상에서 출혈량을 자동 분석해 뇌출혈 응급 환자에 대한 판독 우선순위를 제시한다. 혁신 의료기기로 선정된 해당 제품은 지난 1월 비급여 및 선별급여 시장에 진입했다. ‘에이뷰 에이올타’(AVIEW Aorta)는 대동맥 박리를 인공지능 기반으로 자동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다. 대동맥 박리 진단을 보조하는 국내 최초 제품으로서 높은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의료기기 3등급을 획득했다. 폐색전증 진단을 돕는 제품은 ‘에이뷰 피이’(AVIEW PE)다. 지난 6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첨단기술군 혁신의료기기 제68호로 지정 받았다. 폐색전증 진단 보조 부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을 받은 첫 사례다.”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는 뭔가.
“진단 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면서 환자의 임상적 결과를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하는 측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의료 상황을 살펴보면 전문적으로 영상을 판독하는 의료진 수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상시에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이 어려운 응급실 환경에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더욱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증 질환일수록 진단의 정확도나 치료 지연 여부가 임상적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응급 의료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의료기기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나.
“가장 먼저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뉴로캐드는 지난 4월부터 임상 현장에서 활용돼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뇌출혈 환자 발생 여부를 즉각적으로 알리고 출혈량을 자동으로 계산하면서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의료진의 피드백을 받는다. 혁신의료기기로 선정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환자의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그 결과를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특히 응급실과 같은 분주한 환경에서 진단 오류나 지연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의료진의 판독 시간을 단축해 업무 효율을 높인다. 앞으로도 코어라인소프트의 제품은 실제 환자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혁신의료기술 발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제품은 임시 등재 절차를 거쳐 일정 기간 임시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환자에게 사용하려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응급실에서 주로 활용되는 코어라인소프트 제품의 경우 환자 동의를 받는 데 더 큰 어려움이 있다. 진료 환경 자체의 혼잡도가 높고 중증 상태인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동의서를 받는 과정을 생략할 순 없겠지만, 동의서 양식이나 구독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의료 현장에서 혁신의료기기의 사용 빈도가 적으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임시 등재 기간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기술을 적용하는 게 용이하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중증 질환에 도움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꾸준히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응급 의료에선 특별히 어떤 점을 기대할 수 있나.
“응급실은 과밀화로 인해 진단이 지연되거나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다. 또한 중증 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많다. 이러한 진료 환경에선 인공지능이 환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하기 적합하다. 앞선 혁신의료기술을 필두로 관상동맥 질환이나 외상 등 다양한 분야의 인공지능이 개발돼 임상에 적용된다면 보다 안전한 진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생각한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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