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은 일정 영역의 뇌세포에서 과흥분이 발생하면서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뇌전증 발작은 모든 나이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소아청소년기와 노인에서 가장 많다. 뇌전증 발작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지만, 항발작 약물 치료 환자의 80%는 발작이 없는 생활이 가능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송이 교수와 함께 소아 뇌전증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뇌는 뇌세포에서 주고받는 다양한 전기적 신호로 행동이나 생각을 조절한다. 이러한 전기적 신호가 다양한 원인과 복합적인 발병 과정으로 과흥분돼 경련이나 감각 이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뇌전증이라고 한다. 발작은 전신 또는 부분적으로 불수의적인 운동 증상, 감각 이상 또는 의식 소실의 형태로 나타난다.
발작의 형태는 다양하다.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대발작의 경우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전신이 뻣뻣해지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입술과 몸에 청색증이 나타난다. 이때 입 안에 다량의 침이나 구토가 발생하기도 한다. 소발작은 5~10초 이내로 짧은 의식 손상과 함께 행동을 멈추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눈이나 얼굴이 떨릴 수 있으며 증상이 멈추면 바로 원 상태로 돌아간다.
윤송이 교수는 “소아 뇌전증은 선천적인 뇌의 기형, 유전적 요인, 뇌의 손상,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후 뇌의 손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원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기전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뇌전증은 유발 요인이 없는 비유발성 발작이 24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2회 이상 발생했을 때 또는 1회만 있더라도 발작이 재발할 확률이 60% 이상일 것으로 예상될 때 또는 뇌전증 증후군으로 진단될 수 있는 발작이 있을 때 진단한다. 첫 비유발성 발작 이후 2~3년 내 재발힐 확률은 20~80%로 다양하지만, 재발 후 세 번째 발작 가능성은 79~90%로 높다. 따라서 발작이 두 차례 이상 재발해 뇌전증으로 진단을 받게 되면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2년 이상 발작 없는 상태 유지할 때 중단 고려
우선적으로 항발작 약물치료를 한다. 발작의 재발을 막아 발작 관련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작은 그 자체로 다양한 신체적·정신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신체적 손상, 교통사고, 이차적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사회생활의 위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뇌전증 발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다. 치료 가능한 원인이 있다면 원인을 해결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과거에는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원인에 따른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전으로 원인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항발작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약 80%는 발작이 없이 지내며 약물을 중단할 수 있다. 뇌전증 환자의 20~30%는 평생 뇌전증이 지속된다. 소아 뇌전증에서 약물 중단은 발작 시작 나이, 뇌전증의 종류,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년 이상 발작이 없는 완화 상태가 유지될 때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약물은 급격히 중단할 때 재발 위험이 있어 3~6개월 이상 경과를 보면서 서서히 감량해 중단한다. 약물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약 20%에서 재발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의 중단은 뇌전증 전문의와 긴밀히 상담해 결정한다.
항발작 약물을 중단하기 전 발작 완화 상태가 길수록 재발 위험성이 적다고 알려진다. 중단 시 발작의 재발 위험이 큰 경우는 발병 나이가 어리거나 많을 때(2세 미만 또는 10세 초과), 뇌파에서 뇌전증 모양 방전이 지속될 때, 발달 장애, 신경학적 이상 소견 또는 항발작 약물의 중단 실패의 기왕력이 있을 때, 청소년근간대뇌전증,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과 같은 일부 뇌전증 증후군, 여러 가지 발작 유형을 가지고 있을 때다. 이런 경우 발작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약물 중단을 신중히 결정한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