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일만 피하면 안심? 확실한 피임 효과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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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르고 안전한 피임 실천법

피임은 계획적인 임신을 위한 첫 걸음이다. 원하지 않는 갑작스런 임신은 특히 여성에게 가혹하다. 학업을 중단하거나 직장을 그만둬야 할 수 있다.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임 효과가 높으면서 자기 상황에 적합한 피임법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청소년의 성 노출 시기가 빨라지면서 올바른 피임 실천이 중요해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이화에스여성산부인과의원 이화숙 원장의 도움말로 올바르고 안전한 피임법 실천을 위한 핵심 포인트를 짚어 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1. 배란일만 피하면 피임약 없이 임신을 막을 수 있다

(X) 그렇지 않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피임법인 월경주기법, 질외사정법 콘돔은 피임 실패율이 15~27%로 높다. 피임을 실천해도 10명 중 2~3명은 임신할 수 있는 불완전한 피임법이다. 실제 국내 임신중절실태 연구(2021)에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 10명 중 8명이 이런 불완전한 피임법을 사용했다. 특히 여성의 월경 주기는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배란일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피임약 등 피임 효과가 확실한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피임 성공률이 높은 피임법으로는 경구 피임약, 피하 이식제, 자궁내 장치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이상적인 피임법의 조건으로 확실한 피임 효과를 우선할 것을 강조했다. 또 원하는 시점에 임신이 가능해야 하고 사용법이 간단해야 한다. 임신 가능성과 별개로 성매개 감염을 막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Check2. 불완전한 피임으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은 난임 위험을 높인다

(O) 그래서 안전하고 올바른 피임 실천이 중요하다. 불완전한 피임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할 경우 다수가 인공임신중절로 이어진다. UN인구기금의 2022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9년 이뤄진 임신의 48%가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었고, 이 중 61%가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 인공임신중절은 자궁·골반 등 여성 질환 위험을 높이고 우울증 등 정서적 후유증을 야기한다. 향후 계획된 임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공임신중절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4.1배 높았다. 

Check3. 경구 피임약은 복약 순응도에 따라 피임 효과가 30배가량 차이 난다

(O) 사실이다. 먹는 경구용 피임약은 얼마나 정확하게 복용하느냐에 따라 피임 실패율이 달라진다. 피임약 복용을 자주 잊을수록 임신 가능성이 커지는 식이다. 피임약 용법·용량을 완벽하게 지켰을 때 1년 누적 피임 실패율은 0.3%다. 그런데 피임약을 먹어야 할 시간을 자주 놓치는 등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피임 실패율이 8~9%로 높아진다. 복약 순응도에 따라 피임 효과가 최대 30배가량 차이를 보인다. 생활패턴이 불규칙해 피임약 복용을 자주 잊는다면 체내 이식하는 형태의 피임약(미레나·임플라논 등)으로 피임을 실천하는 것도 대안이다. 매일 약을 먹지 않는 장기 가역적 피임법(LARC)이다. 한 번 시술로 3~5년 동안 피임 효과가 유지되면서 99% 이상 높은 피임 성공률을 보인다. 만 20~44세 여성에게 피임법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피하 이식형 피임제가 78.6%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Check4. 10대 청소년도 피임약 사용이 가능하다

(O) 초경을 시작한 가임기 여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평균 초경 연령은 12.6세, 첫 성접촉 연령은 13.6세로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청소년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피임법으로 피하 이식형 피임제 등 장기 가역적 피임법을 권한다. 먹는 경구 피임약은 정확하게 복용하지 않으면 피임 실패율이높아져서다. 지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5~2019년 성생활 중인 10대 청소년의 13%가 피하 이식형 피임제 시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피임약은 임신을 막기 위한 목적 외에 월경 주기를 미루거나, 월경통(생리통)을 완화하거나, 여드름 치료에도 쓰인다. 

Check5. 피임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가임력 회복이 어렵다

(X) 대표적인 오해다. 피임약은 난자의 배란을 억제해 자궁내막의 성숙도를 떨어뜨려 수정란 착상을 막는 방식으로 임신 가능성을 낮춘다. 피임 효과 역시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만 유지된다. 피임약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임신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장기 가역적 피임법 역시 원하는 시점에 제거하면 가임력을 빠르게 회복한다. 자궁 내 시스템이 적용된 제품의 경우 10명 중 7명 이상(71%)이 1년 이내 임신에 성공했다. 이는 1년간 피임을 하지 않은 여성의 평균 임신율인 85%와 유사한 수치다. 반감기가 약 25시간에 불과한 피하 이식형 피임약은 약 성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 피임 효과가 가역적으로 사라진다. 피하 이식형 피임약 임상 연구에서 기구를 제거한 첫 주에 임신한 것으로 보고됐다.

Check6. 35세 이상 흡연 여성이 피임약을 먹으면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O) 사실이다. 여성 흡연자가 일부 먹는 경구 피임약으로 피임을 실천하면 뇌졸중·심근경색을 유발하는 혈전 생성 위험이 커진다. 담배의 니코틴은 혈소판 응집력을 키워 혈전 생성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35세 이상으로 하루 15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게 먹는 피임약 복용을 절대적 금기로 분류했다. 혈전 생성 위험성은 흡연량이 많고 나이가 들수록 비례해 커졌다. 35세 이상부터는 피하 이식형 피임약 등 에스트로겐이 포함되지 않은 황체 호르몬 단일 피임약으로 피임을 고려해야 한다. 

Check7. 피임약 사용으로 월경 양상이 바뀌기도 한다

(O) 피임약은 피임 목적뿐만 아니라 월경통을 완화할 때도 쓴다. 글로벌 11개국에서 시행된 11건의 피하 이식형 피임약의 임상 연구를 분석한 결과, 피하 이식형 피임약을 이식한 여성의 77%가 월경통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경량도 줄어든다. 실제 같은 연구에서 피하 이식형 피임약 이식 여성 5명 중 1명에게 무월경이 확인됐다. 이런 부수적인 효과는 사람에 따라 달라 산부인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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