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인턴 배출 어렵다…의대 증원으로 유급률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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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미디어 아카데미서 전망

“현재로썬 의대생이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의대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정원이 늘지 않은 우리도 가르쳐야 할 1학년생이 최소 2배로 늘어난다. 사람 생명을 다루는 만큼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유급할 수밖에 없는데 의대 증원 여파로 유급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국내 의학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육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한국의학교육학회 이사)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의 ‘대한민국 의학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진행한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학교·병원을 떠난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돌아오더라도 남은 6개월 동안 주말·야간 수업을 보충해도 물리적으로 1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유급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의대 교육 과정은 연 단위로 진행되는데 수업량이 상당해 현시점에서 이미 정상적인 교육이 힘들 것으로 봤다. 오는 9월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도 정상적으로 치러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권 교수는 “국시를 보는 4학년 중 준비된 학생은 거의 없어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내년도 의사 배출은 없고 대학병원에 들어갈 인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의학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증원되지 않은 의대조차 의대생 유급으로 내년도 강의 인원이 2배 늘어나고, 증원 인원이 추가된 곳은 더 많은 인원을 가르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학 교육에서 필수적인 임상·실습 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의학 교육은 기본적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왔을 때 징후를 살펴야 한다.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검사를 하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임상 실습을 위해 의대에선 교수가 중재자 역할을 하고 6~7명이 소규모로 조를 이뤄 환자를 진단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육한다. 그런데 교육해야 할 인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이런 방식의 교육이 어려워진다. 권 교수는 “어떻게든 교육하겠지만 강의 위주의 교육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밀도 있는 의대 교육이 어려워져 현재 5% 수준인 의대생 유급 비율이 10~20%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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