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궁금증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입니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다가 담낭에 있는 용종을 발견했습니다. 크기가 4mm 정도로 크지 않고 증상도 없어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추적 관찰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건가요. 용종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둬도 괜찮은 건지 담낭 용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의사의 한 마디
: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정완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정완 교수
담낭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저장하는 기관으로 간 바로 아래쪽에 인접해 있습니다. 여기에 생기는 용종이 담낭 용종인데요. 담석을 제외하고 담낭벽에서 내부로 솟아오른 모든 형태의 돌출된 점막을 말합니다.
담낭 용종은 크게 비종양성과 종양성으로 나뉩니다. 비종양성 용종에는 콜레스테롤 용종, 염증성 용종, 선근종증이 있고 종양성 용종에는 선종과 암이 있습니다. 담낭 용종의 대부분은 비종양성 용종이며, 그 중 절반 이상은 콜레스테롤 용종에 해당합니다. 10mm 이하 크기의 무증상 용종일 경우 수술 등의 적극적 치료 없이 경과 관찰과 주기적인 영상검사 추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담낭 용종의 3~8% 정도는 악성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담낭암은 5년 생존율이 5%에 불과해 치료 경과가 매우 좋지 못합니다. 또한 주변 장기로 전이가 잦고 재발률도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치면 완치가 어려워요. 조기에 발견하면 담낭절제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담낭 용종의 유무는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술 후 조직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검사로도 양성과 악성을 완벽히 판별해 낼 수 없습니다. 담낭 벽의 두께는 2mm 정도로 굉장히 얇은데요. 내부에는 소화 효소가 있어서 미세한 구멍이라도 뚫리면 이 효소가 복강 내로 새어 나와 복막염을 일으키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술 전까지는 영상의학적 방법으로 악성 유무를 감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용종의 크기가 5mm 이상이면서 콜레스테롤 용종인지 종양성 용종인지 확실하지 않으면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땐 복부 초음파 검사보다 담낭 용종 감별에 우월한 내시경 초음파 검사나 복부 CT 또는 MRI를 추가적으로 실시합니다. 이를 통해 용종의 정확한 크기, 개수, 모양, 혈관 포함 여부, 담낭벽의 층 구조를 다양하게 분석해 악성 용종 진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치료 방향은 환자의 연령, 증상, 담낭 용종의 위험인자 내포 유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악성 용종 가능성이 높은 케이스를 선별해 조기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주된 치료 전략입니다. 일반적으로 담낭 용종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데요. 드물게 복통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증상이 있는 경우 용종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담낭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어요. 무증상일 때도 크기가 10mm 이상이면 여러 검사 소견들을 바탕으로 수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크기가 6~9mm 정도여도 위험인자(50세 이상, 용종의 모양, 담낭 결석 동반)가 있을 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담낭을 절제해도 소화 기능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에 공급되기 때문이에요. 수술 이후에 소화불량, 피로감, 설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으로 점차 호전됩니다.
용종의 크기가 10mm 이하이면서 증상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 양성입니다. 위험인자가 없을 땐 3~12개월 간격으로 추적 관찰을 통해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추적 관찰 중에 크기가 초기보다 지속적으로 커지거나 최종적으로 10mm에 도달하게 됐을 땐 수술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보통 5년 간 추적 관찰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악성 종양으로 진행할 수 있어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악성 담낭 용종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충분한 경험과 다양한 장비 활용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내시경 초음파를 비롯한 정밀 검사로 종양을 정확히 감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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