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음주음전은 알코올 의존증의 한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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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만류에도 '안 취했다' 부정 반복하면 의심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다. 음주 운전을 한 10명 중 4명 이상은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22년 기준 42.2%로 집계됐다.

알코올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최초 단속에 적발되지 않았거나 별다른 사고 없이 음주운전을 해본 경험이 쌓이면 음주운전을 일삼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습 음주운전은 알코올 의존증의 한 증상이다. 허 원장은 “술의 양을 줄이거나 조절하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끊지 못하면 사회적인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이런 측면에서 상습 음주운전 역시 알코올 의존증의 한 증상으로 평가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사랑중앙병원이 지난 1~14일 음주운전을 주제로 외래·입원 환자 18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음주운전 경험 횟수'를 묻는 문항에 1회는 55명, 2회는 45명, 3회는 32명으로 나타났다. 4회 이상도 22명나 됐다. 이처럼 음주운전에 단속된 이후에도 꾸준히 운전대를 잡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적지 않다. 끊기가 힘든 마약류 사범만큼이나 음주 운전자의 재범률이 심각하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운전자보다 상습 음주 운전자에서 알코올 의존증이 3배 이상 높다. 나도 한 번 의심해봐야 하는 알코올 의존증 증상은 뭘까. 허 원장은 “인간의 뇌는 알코올을 소량 마셨을 땐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과대 평가하지만 다량 마셨을 땐 오히려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알코올 의존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부정이다. 술에 취했으니 그만 마시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하지 않았다며 운전대를 잡는다면 하루빨리 자신의 알코올 문제를 점검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코올 의존증은 엄연한 질병이다. 개인 의지로 극복하려는 시도 대신 주변의 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도움된다. 2024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상습 음주 운전자에게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이 10월 25일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음주운전 재범률을 70% 줄이는 등 효과가 입증됐다. 캐나다, 호주에서도 현재 시행 중이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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