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眼)쪽 상담소] 골프 중 시야가 흐릿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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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백안과 이준훈 원장

봄이 되면서 부쩍 골프를 즐기는 중장년층 환자들의 내원이 잦다. 시야가 흐릿하거나 골프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찾아오는 환자가 대다수다. 최경주 프로 골프 선수도 시력 저하로 인한 필드에서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시력 저하는 단순 노화가 아니라 백내장의 증상일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뿌옇게 혼탁해지면서 시력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빛이 퍼져 보이거나 물체가 여러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며 시력장애가 발생한다. 근거리 시력이 떨어지는 노안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안경을 자주 교체해도 시력이 잘 교정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실명 혹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큰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성 백내장은 2022년 기준 60대 58만 명, 70대 49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 질환으로 최근 5년간 발생률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백내장의 주범인 자외선 노출을 최대한 막는 것이 예방에 도움되며 비타민과 같은 항산화제 섭취도 도움될 수 있다.

이미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안약 또는 먹는 약으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나 이미 수정체가 뿌옇게 변성된 경우 원래의 투명한 상태로 만들긴 어려우며 증상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미 시력장애가 발생했거나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증상이 느껴진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해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백내장 치료용 인공수정체는 크게 단초점, 다초점, 연속초점 렌즈로 구분한다. 단초점 렌즈는 원거리 또는 근거리 중 하나의 시야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며 수술 후 안경이나 돋보기 사용이 필요하다. 다초점 렌즈는 원거리부터 근거리까지 선명한 시력을 제공해 수술 후 안경의 필요성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보고돼 최근 많은 환자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눈 건강 상태나 빛 번짐에 대한 예민도에 따라 다초점 렌즈 삽입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환자들의 경우 비회절형 연속초점 렌즈를 고려할 수 있다.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의 장점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렌즈다. 원거리부터 생활형 근거리까지 우수한 시력을 끊김 없이 제공해 멀리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원거리 시력을 확보하는 건 물론이고, 중간거리에 해당하는 티샷이나 스코어 카드 확인에 필요한 생활형 근거리에서 선명한 시력을 제공한다.

특히 야간 골프 시 빛에 예민한 환자에게도 적합한 인공수정체로 고려할 수 있다. 비회절형 인공수정체는 낮·밤 등 밝거나 어두운 환경에 상관없이 적정량의 높은 빛 사용량을 제공해 단초점 수준으로 빛 번짐 없이 깨끗하고 선명한 원거리 시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시력은 곧 실력이다. 선명해진 시력으로 골프 생활을 더욱 활기차게 즐기고 싶다면 증상이 처음 나타날 때부터 병원을 찾아 정확히 진단받고 관리해야 한다. 백내장 수술의 경우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 있는 렌즈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전문의와 꼼꼼히 상담해 본인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고 눈 상태에 적합한 렌즈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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