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와 난시를 교정하는 시력교정술 중 안내렌즈삽입술(이하 렌즈삽입술)은 레이저로 각막을 절삭해 굴절력을 보정하는 라식·라섹과 달리 안구 내 시력교정용 특수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초기 렌즈삽입술은 각막이 얇아 레이저 시력교정술이 불가능할 때 선택하는 대안이었지만, 렌즈삽입술이 대중화한 지금은 각막 두께가 라식·라섹 수술을 하기에 충분해도 각막 속 건강 지표가 되는 강성도가 좋지 않거나 각막 모양이 비대칭적인 경우 각막 손실 없는 렌즈삽입술을 안전한 시력교정술로 선택한다. 20~30대 첫 시력교정뿐만 아니라 과거 시력교정 후 근시 퇴행이 온 40~50대 재교정 수술에도 활발히 시행된다.
필자는 상담 시 환자들에게 렌즈삽입술 후 오랫동안 건강한 시력을 유지하려면 수술 전 필수 검사가 중요함을 특별히 강조해왔다. 필자가 최근 10년간 렌즈삽입술에 주로 사용하는 ICL 계열 렌즈를 예로 들면 홍채와 수정체 사이에 렌즈를 삽입할 때 사람마다 눈 속의 공간과 구조가 다르므로 렌즈가 들어갈 위치와 공간, 주변 조직의 건강 상태를 개별적으로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이 절차를 거친 후에야 수술 여부와 렌즈 종류, 사이즈 등 세부 스펙을 결정할 수 있다.
검사 결과를 통해 환자별 적합한 렌즈 사이즈를 결정하는 것은 부작용 예방의 핵심인데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검사가 ASOCT(Anterior Segment Optical Coherence Tomography)와 UBM(Ultrasound Bio Microscope) 검사다. 필자는 수술 전 환자의 렌즈 스펙 결정 시 이들 검사를 반드시 교차 시행한다. ASOCT는 고해상도 전안부 OCT 검사로 눈 속 공간과 구조를 초고속으로 360도 촬영해 각막과 홍채 형태, 각도를 고차원적으로 분석한다. 각막 전방에서 후방까지 약 13㎜의 깊이를 정확하게 측정함으로써 렌즈삽입술 적합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반드시 함께 보는 UBM 검사는 눈 속 공간뿐 아니라 안구 후면의 더 깊은 지점까지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특수 생체 초음파 검사다. 생체 조직의 파괴 없이 안구 전면·후면부 모두를 빠르게 영상화해 눈 속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관찰할 수 있다. 안구 길이와 렌즈가 삽입될 공간을 파악해 렌즈 사이즈를 결정하는데 대체 불가한 필수 검사다. ASOCT로 검사하기 어려운 물혹·종양도 진단할 수 있다. 검사자나 환자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렌즈삽입술로 시력교정 후 장기적인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꼭 받아야 하는 검사다.
실제 렌즈삽입술 집도는 별도의 장비 없이 의사의 손기술에 의존해 진행된다. 필자는 ICL렌즈가 수술 후 눈 속에서 낮과 밤, 빛 조건에 따라 볼팅(vaulting·렌즈와 수정체 사이의 거리)이 달라지는 ‘다이나믹 볼팅(Dynamic Vaulting)’ 현상을 규명한 SCI 논문과 또 다른 연구에서 전방 깊이, 안축장(각막에서 망막까지의 거리)도 볼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며 실제 수술에 반영해왔다. 또한 난시 교정 기능이 있는 토릭(Toric) 렌즈삽입술 시엔 안구 내에서 렌즈의 회전 안전성을 확보해 정확한 난시 축에 렌즈를 위치시키는 방법, 안내렌즈를 정확한 위치에 자리 잡는 센터링 기술로 수술 완성도를 높여왔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ICL 서전들이 모인 콘퍼런스에서 지난 10년간 ICL렌즈삽입술의 임상적 결과를 추적 관찰해 발표했는데 전체의 97% 이상이 수술 후 시력 1.0을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기간 내 수술로 인한 백내장 생성 등 합병증 사례가 없었다. 앞서 언급한 수술 전 검사부터 수술 후 반응까지 살핀 노력과 환자들의 검사와 수술, 정기검진 협조가 만든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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