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엔 유난히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식욕이 떨어지고 현기증이 나며 일상생활과 업무에 의욕을 잃는다. 이런 증상을 춘곤증이라고 한다. 그 자체로 병은 아니지만 가볍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
춘곤증은 계절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일시적인 환경 부적응이다. 1~3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충분히 휴식했는데도 피로가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 한 달 이상 피로가 이어지면 빈혈이나 간염, 우울증, 갑상샘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나 운전하는 도중에 집중이 잘 안 되고 피로감이 몰려오면 자칫 졸음운전으로 이어져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춘곤증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자동차 창문을 열고 수시로 환기하는 것이 좋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땐 2시간 간격으로 휴식하고 차 밖으로 나와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해주면 도움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평소보다 30~40분 일찍 잠자리에 들면 춘곤증 예방에 도움된다. 일찍 자기 위해 야간 활동을 자제하고 수면 시 밝은 빛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한 주간 졸음이 춘곤증이 아닌 기면증일 가능성도 있다. 기면증의 발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수면과 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하이포크레틴이 뇌의 시상하부에서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
춘곤증과 기면증의 공통점은 밤에 잠을 충분히 잤어도 낮에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는 증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낮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졸음이 쏟아진다면 기면증을 의심하고 증상이 3주 이상 지속하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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