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위험 높은 림프절 전이 조기 유방암, 표적항암제 병용 치료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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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115〉조기 유방암 재발 관리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 2기로 진단받은 40대 중반 여성입니다. 수술로 종양은 제거했지만, 림프절 전이가 4개나 있고 종양 크기가 커서 재발 위험이 높다고 합니다. 조기 유방암이니 수술만 마치면 일상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듣고 불안감이 큽니다. 유방암이 재발하면 또 재발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아이도 어린데 만약 암이 재발하면 어떻게 견뎌야 할지 무섭고 막막합니다.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의 조언

유방암은 생물학적 특성이 다양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 정도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HR), 인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의 음성/양성 여부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유방암으로 진단받았다면 세부 유형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 2기로 진단받았다고 했는데 다행히 수술이 가능한 조기 유방암으로 보입니다. 조기 유방암은 암이 유방 혹은 겨드랑이 근처 림프절에서만 발견되고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개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한 다음 수술 후 보조 요법으로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항호르몬요법, 표적 치료를 시행합니다. 질문자처럼 조기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입니다. 수술 후 보조 요법이 모든 연령군에서 재발·사망을 줄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유방암 재발 위험은 암 수술 후 첫 1~2년 사이에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수술 후 보조 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조기 유방암이 재발하면 완치가 아닌 생존 기간 연장이나 삶의 질 향상으로 치료 방향이 바뀝니다. 특히 유방암 재발을 경험한 환자의 절반 이상은 또 재발을 경험합니다. 결국 완치를 기대할 수 없고 재발로 인한 항암 치료로 환자가 겪어야 할 고통과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집니다 . 


그런데 똑같은 조기 유방암이라도 환자마다 지니고 있는 위험 요인에 따라 치료 방법과 예후가 달라집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조기 유방암은 ▶림프절 전이 여부 ▶종양 크기 ▶조직 분화도에 따라 재발 위험 요인이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종양 분화도가 조직학적 3등급, 종양 크기가 5cm 초과(T3) 혹은 종양이 흉벽, 피부를 침범했거나 염증성 유방암일 때(T4), 암세포가 전이된 겨드랑이 림프절이 4개 이상이거나 쇄골상부 림프절 전이가 있을 때 (N2/3), Ki-67 수치가 30% 초과일 때, 호르몬 수용체 발현 정도가 에스트로겐 수용체 10% 미만,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20% 미만인 경우 재발률이 높고 예후도 좋지 않습니다. 이런 위험 요인은 암 재발에 영향을 미칩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조기 유방암의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높습니다. 그런데 조기 유방암 환자는 내분비요법 치료 이후 14~23%는 원격 전이를 포함한 재발을 경험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유방암 재발 위험이 높은 시기는 수술 후 2년 이내입니다. 그래서 수술을 마친 조기 유방암 환자 대부분은 재발 위험 관리를 위한 수술 후 보조 요법을 시행합니다. 이런 이유로 조기 유방암 환자의 경우 완치 판정 시점과 재발 방지를 위한 투병 기간이 다른 암보다 길 수밖에 없습니다. 

조기 유방암으로 재발 위험인자가 확인된 재발 고위험군이라면 표적항암제 병용 으로 보다 효과적인 재발 위험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암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종합네트워크(NCCN),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한국유방암학회에서도 재발 고위험 유방암(HR+/HER2-)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2년 동안 혹은 질병이 재발하거나 허용될 수 없는 독성이 발생할 때까지 내분비요법+표적항암제 병용을 권고합니다. 조기 유방암의 재발 억제에 쓰이는 표적항암제는 암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CDK4&6)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습니다. 

재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내분비요법+표적항암제 병용치료군은 내분비요법 단독치료군 대비 재발 및 사망 위험(침습성 무질병 생존율)을 35%가량 유의하게 개선했다는 임상 연구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림프절 전이가 4개 이상으로 많고 종양 등급이 높으면서 종양 크기가 크고 암세포 증식 속도가 빠를 때 유방암 재발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40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방암이 더욱 공격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수술 후 보조 요법 초기에는 복통과 설사 등의 이상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입니다. 

물론 아직 재발하지 않은 조기 유방암에 대한 수술 후 보조 요법 필요성을 지금 당장은 느끼기 어렵고 이상 반응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유방암 재발 고위험군이라면 장기적으로 재발 위험을 낮추는 수술 후 보조 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유방암 치료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완치 희망을 잃지 말고 주치의가 권하는 치료를 잘 따르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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