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심하다고 마음대로 약 두배 복용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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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100대 궁금증] 부작용 부르는 복용 사례

약을 먹을 때 상당수의 부작용은 잘못된 복용 방법 탓이다. 무심코 저지르는 잘못된 복용 사례를 통해 약을 바르게 먹는 법을 짚어 본다.

-남의 약을 나눠 먹는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약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다른 사람의 약을 먹어서는 안 된다. 비슷한 증상이더라도 같은 질환일 수 없다. 또 같은 질환, 같은 약물이어도 환자의 성별·나이·체중·키·간 기능·신장 기능에 따라 복용량이 다르다. 예컨대 와파린이라는 항응고제는 개인에 따라 용량이 많게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자칫 피떡(혈전)이 생기고 이것이 혈액을 따라 순환하다 뇌경색 같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속이 불편해 우유와 먹는다? 

약이 식도를 통과해 위에 도착하기까지 큰 컵 한 잔(340㏄) 정도 물이 필요하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약이 위장까지 5초 이내에 도달하지만 한두 모금의 물로 알약을 살짝 삼킬 때는 약이 식도에 걸려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약이 위장을 직접 자극해 속이 쓰리고 불편한 느낌도 생긴다. 우유·자몽주스·포도 주스 같은 음료는 각각 항생제,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등과 상호작용해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 이들 음료는 약 복용 한 시간 전이나 복용 후 두 시간 이내에는 마시지 않는다.

-약 먹고 난 뒤 누워서 쉰다?  

먹는 약은 음식과 마찬가지로 식도를 지나 위장에서 녹아 흡수된다. 약을 먹은 후 바로 누우면 거꾸로 약이 식도로 역류할 가능성이 있다. 역류된 약은 식도를 자극하고 심하면 식도가 상하는 역류성 식도염까지 일으킨다. 특히 골다공증약 중에는 복용 후 누우면 안 되는 약이 있으니 반드시 지시대로 복용한다. 노인은 식도괄약근 기능이 떨어져 역류성 식도염이 더 잘 발생한다.

-증상이 심해서 좀 더 먹는다? 

약이 독이 되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용량이다. 약을 두배로 먹는 건 두배 이상의 독성을 얻는 셈이다. 처방된 용량으로 효과가 없다면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당뇨약·심장약 등 안전 영역이 좁은 약을 임의로 먹으면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약이 목에 걸리는 것 같아 쪼개 먹는다? 
약 모양에는 과학이 담겨 있다. 위나 장에서 천천히 녹으면서 약효를 방출하는 약이 있다. 알약이 커서 한 번에 먹기 힘들면 미리 약사에게 자르거나 가루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절대 잘라 먹으면 안 되는 약이라면 병원에서 다른 제형의 약으로 처방을 다시 받는다.

-약은 무조건 식후 30분에 먹는다? 

약마다 다르다. 종류에 따라 식전에 먹어야 하거나 식사 중에 먹어야 하는 약이 있다. 하루 세 번, 식사 후 30분을 기본으로 하는 이유는 약을 규칙적으로 먹기 위해서다. 약을 먹는 시간은 약이 몸에서 가장 효력을 높일 수 있는 시간에 맞춰져 있다. 이를 어기면 약효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약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오래 가고 좋다?

약도 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하는데 외려 나쁘다. 냉장고는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약에 습기가 차면 곰팡이·침전물이 생기고 성분이 변할 수 있다. 약은 직사광선이 없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간혹 냉장 보관하는 약이 있다. 안약이나 당뇨에 쓰는 인슐린 주사다. 이런 약은 약국에서 조제해 줄 때부터 냉장 상태이고, 따로 냉장보관임을 표시해서 준다. 냉장보관 하는 약은 대부분 사용 기간이 짧다.

-약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사용기한이 지난 약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버리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따로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데 근처 약국에 설치된 폐의약품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약국에 약을 버리는 이유는 집에 있던 오래된 약,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약에 관해 물어보고 복약지도를 받기 위함이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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