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크론병·궤양성 대장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복통, 설사, 혈변 등 증상이 악화했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며 일상을 괴롭힌다. 그만큼 치료도 장기전으로 접근해야 한다.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 조절과 합병증 예방, 삶의 질 향상을 치료 목표로 삼는다. 난치성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약제가 많이 나와 치료 옵션이 다양해졌다. 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서검석(사진) 교수에게 궤양성 대장염의 특징과 치료 지견을 들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궤양성 대장염은 어떤 질환인가.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 얕은 궤양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질환이다. 크론병과 함께 대표적인 염증성 장 질환으로 꼽힌다. 임상적 중증도는 경증과 중등증, 중증 세 가지로 나 뉜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소와 면역학적 요소, 장내 미생물 요소, 환경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20~30대 젊은 층에서 자주 발병하는데 연령대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는 추세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아질 순 있지만 완치는 어렵다. 평생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야 하는 질환이다.”
-어떤 경우에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할 수 있나.
“궤양성 대장염은 혈변과 설사가 한 달 이상 지속하면서 증상이 나빠지고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대변을 잘 참지 못하거나 대변을 보고 나서도 다시 보고 싶은 불편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만성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환우와 보호자는 완치를 바란다. 하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만성질환인 만큼 재발 없이 관해를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치료 목표다. 증상이 없는 상태인 임상적 관해와 내시경상 염증이 없는 상태인 내시경 관해를 유도한다. 이와 함께 염증 수치까지 좋아지는 깊은 관해에 도달하는 게 목적이다. 이렇게 되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줄어들고 환자가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염증 범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나.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 부위에 따라 직장염, 좌측대장염, 광범위대장염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염증의 침범 부위는 내시경 검사를 통해 관찰 가능하다. 경증 및 중등도의 궤양성 대장염에는 항염증제인 메살라진 성분의 5-ASA제제가 기본 치료제로 쓰인다. 좌약, 경구제, 관장액 등 제형도 다양하다. 직장염일 경우 좌약이나 관장액을 많이 사용한다. 좌측대장염과 광범위대장염에서는 좌약과 경구용 5-ASA제제를 병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좋다. 중등증에서 중증에 이른 환자라면 초기 치료로 스테로이드 투여를 권장하고 있다.”
-항염증제의 작용 기전이 궁금하다.
“메살라진 성분의 경구형 5-ASA 제제는 대장에서 직접 녹아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혈액으로 흡수되지 않고 장에서 녹기 때문에 장 끝까지 약효가 전달될 수 있다. 여러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저해함으로써 염증 세포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식이다. 현재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경구형 5-ASA 제제의 작용 기전으로는 ▶멀티 매트릭스 시스템(MMX) ▶pH 의존형 ▶시간 조절형 등이 있다. 또한 경증 및 중등도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5-ASA를 고용량으로 투여하는 게 효과적이다. 경구형 5-ASA 제제는 용량을 나눠서 복용하나 한꺼번에 먹나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따라서 환자 선호도와 약제 순응도를 고려해 복약 횟수를 결정할 수 있다.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생각하면 한 번에 모두 복용하는 게 낫다.”
-고용량 제제에 대한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가.
“고용량이라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작용 면에서는 저용량과 고용량 모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량이 관해 유도에는 더 효과적이다. 증상이 악화해 다음 치료 단계로 넘어가기 전 부작용 없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안전한 선택지다. 약제가 장에서 방출돼 염증이 있는 장 부위에 효과를 나타내는 원리라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장 점막에 유효 성분의 용량이 더 많이 도달하는 원리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염증성 장 질환은 약을 빠뜨리지 않고 잘 복용하면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자의적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위험하다. 그런데도 치료를 시작한 뒤 증상이 괜찮아지면 중간에 임의로 약을 끊거나 적게 먹는 환자들이 있다. 재발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재발했을 땐 이미 염증이 악화한 경우가 많다. 초기 치료법으로 관리가 가능할 때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의료진의 역할과 조기 교육이다. 환자 상황에 맞춰 의료진이 그때그때 약제 투여의 불편함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소통을 이어가야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원광대병원 염증성 장 질환 클리닉에선 환자와 보호자가 모여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 환우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SNS로 바로 물어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생활습관도 중요할 텐데.
“건강한 면역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균형 잡힌 식습관으로 건강에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으면서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장연구학회에서는 염증성 장 질환자에게 도움되는 음식과 레시피를 담은 식사 가이드 책자를 발간했다. 외래 진료 시 환자들에게 책자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숙면 역시 중요하다. 자정이 되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고 7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이롭다. 건강한 장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면서 전문의와 마음을 터놓고 상담을 이어가는 식으로 팀워크를 이뤄야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환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으면 환자와 보호자는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좌절감이나 죄책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평생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 장 질환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먼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새로운 약제도 지속적으로 개발돼 출시되고 있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은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중요하다. 전문의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면서 치료·관리를 이어간다면 큰 문제없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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