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일찍 빠지고 키 성장 느리다면 희귀질환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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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106〉 저인산효소증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생후 48개월 된 여아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며칠 전 아이 양치질을 도와주다가 유치가 빠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이렇게 일찍 유치가 빠진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어디에 부딪친 적도 없는데 유치가 빨리 빠지는 것이 걱정돼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이름도 생소한 ‘저인산효소증’ 의심 증상이라고 합니다. 아직 어려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아이의 작은 키도 주요 증상이라고 해서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만약 저인산효소증이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유전대사분과 조성윤 교수의 조언 

언급한 증상만으로 속단하기 어렵지만 주의깊게 관찰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유치가 조기에 빠지고 또래보다 키 성장이 더딘 것이 저인산효소증의 주요 증상인 것은 맞지만 이런 증상만으로 다른 질환과 구별이 힘듭니다. 일단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저인산효소증 여부를 감별하는 진단부터 받을 것을 권합니다. 간단한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인산효소증은 뼈 형성에 필요한 성분 중 하나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가 부족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국내에서 저인산효소증으로 진단받고 치료하는 환자는 10명이 안 될 정도로 유병 인구가 매우 적은 극희귀질환으로 분류합니다. 


이 질환은 발병 시기에 따라 증상과 예후가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영유아 환자는 성장 장애, 흉부 기형, 폐 부전, 머리 뼈가 미리 붙어 성장을 방해하는 두개골조기유합증, 비타민 B6 반응성 발작 등이 주로 관찰되고 소아는 조기 치아 상실, 성장 지연, 뼈 기형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성인에서는 근골격계 통증이나 잦은 골절, 골다공증 등이 나타나며 골절이 발생해도 회복되는 기간이 일반인에 비해 늦습니다.

저인산효소증은 어린 나이에 발병하면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심각합니다. 특히 치료하지 않으면 영유아 환자 4명 중 3명이 발병 5년 이내 사망할 정도로 예후가 불량합니다. 생존하더라도 치료하지 않으면 근육 약화로 걷기 및 뛰기의 어려움, 앉았다 일어서기 어려움 등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영구적인 장애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다행인 점은 저인산효소증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ALP가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ALP 수치가 연령대 정상 하한 수치보다 낮으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후 X선 촬영, 추가 혈액 검사,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확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뼈 성장이 활발한 만 1세부터 만 10세 미만의 소아에서는 ALP 정상 하한 수치가 156U/L로 성인 수치(40U/L)보다 3배 이상 높아 성인 정상 하한 수치로 판단할 시 진단을 놓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른 희귀질환과 비교해서도 저인산효소증은 치료 환경이 좋은 편입니다. 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어 인공호흡기, 영양 치료 등의 보조적인 치료만 가능했으나 최근 ALP 효소를 대체해 골 무기질화를 돕는 아스포타제 알파(상품명 스트렌식)이 등장하면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아스포타제 알파는 소아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생존율을 1세까지 95%, 5세까지 82%로 개선했습니다. 또 치료 도중 인공호흡이 필요했던 환자에서 생존율 71%, 인공호흡기 중단율 100%를 확인했습니다.

아스포타제 알파는 ALP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낮고 PLP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높으며 치료 전 방사선 사진에서 저인산효소증 특징적인 골 증상이 확인된 만 19세 미만의 환자라면 사전승인제도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2명의 환자가 급여를 통해 치료받고 있습니다. 

저인산효소증은 30만 명당 1명의 유병률로 보고되고 있지만 국내 환자 수는 질환 유병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입니다. 낮은 질환 인지도로 진단받지 못하고 생명을 잃거나 아직 진단받지 못한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혈액 검사로 비교적 손쉽게 감별 진단이 가능하고 치료 효과를 확인한 치료제도 등장한 만큼 질환 인식 개선을 통해 증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환우들을 응원하기 위해 지정한 세계 희귀질환의 날입니다. 그동안 정확한 질환명도 모르고 진단받더라도 치료제가 없어 난치라고 여겨졌던 희귀질환이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극복 가능한 질환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희귀질환 전문의와 함께 치료를 이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저 역시 소아·청소년의 희귀질환을 살피는 의료진으로서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소아·청소년과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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