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제품의 빠른 국내 도입을 주도한 것은 한국 BMS제약 GRS(Global Regulatory Sciences)팀이다. 의약품 품목허가 계획을 수립하고 허가 신청, 허가 변경 관리 등을 담당하면서 신약의 국내 접근성을 높였다. 또 임상시험 계획 승인 절차 진행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치료제의 임상 분야 입지 확장에도 기여한다. 중증 질환에 대한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치료제 공급을 주도하는 한국 BMS제약 GRS팀 두민호 전무, 이진희 이사, 오정현 차장을 만나 국내 의약품 접근성 개선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두민호 전무=“혁신적인 의약품으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다. 좋은 약이 존재하더라도 진료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BMS의 미션은 심각한 질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의약품을 발견·개발·제공하는 것이다(To discover, develop and deliver innovative medicines that help patients prevail over serious diseases). 지금 이 순간에도 혁신적인 치료제를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약을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임무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꼭 필요한 환자에게 빨리 약이 쓰일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
이진희 이사=“신약은 국가별로 접근성에 차이를 보인다. 의약품은 임상 연구로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후 각 국가별 규제기관에서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제품 사용을 승인받는다. GRS팀은 혁신적인 의약품의 출시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인허가 업무를 담당한다. 실질적으로 해당 국가에 약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약과 관련한 임상시험 데이터, 생산 과정 등 방대한 범위의 서류를 모아 제출하고 검토를 요청하는데 대략 1년 정도 걸린다. 나라마다 약이 진료 현장에 처방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가 세상에 나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엄마 품에서 열 달 동안 잘 있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정현 차장=“혁신적인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과학을 통해 환자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체감한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은 돌연사 위험이 높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질환에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가 없었다. 심장에 관여하는 다른 약을 임시방편으로 쓰는 상황이었다. 해당 질환에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캄지오스)를 국내 도입하고 난 이후 실제 임상 사례가 공유되는 것을 접하면 환자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명감이 든다.”
Q2. 글로벌 혁신 의약품의 국내 도입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한국의 의약품 접근성은 어느 정도인가.
두 전무=“BMS는 혁신적인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래서 GRS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글로벌 본사에는 한국 도입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규제 당국에는 혁신적인 의약품의 도입을 위해 임상적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 이사=“BMS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은 환자다. 약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그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쓰일 때다. 의약품 접근성은 전 세계 건강 형평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소다. BMS에서 개발한 의약품이 한국에 더 빨리 도입돼 의학적 미충족 수요(Unmet medical needs)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Q3. BMS제약은 한국에서 초기 연구개발 단계의 임상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다.
오 차장=“그렇다. 국내에서 In-house trial및 Outsourcing trial 모두 포함해 글로벌 1~3상 임상시험을 약 50개 정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통해 한국의 여러 의료기관에서 약 850명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종양학, 혈액암, 면역학, 심혈관학 등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약 20개 제품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초기 단계인 임상 1상도 5개가량 이뤄지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임상 1상 시험도 다수 논의 중이다. 이러한 초기 임상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내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전무=“일반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의약품은 가교 임상연구 자료를 토대로 인허가 서류를 검토한다. 해외 허가 사항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한다. 임상 3상에 한국이 포함돼 있거나 한국에서 초기 임상을 수행했다면 규제 당국을 더 잘 설득할 수 있어 인허가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인허가 업무는 혁신적인 의약품 상업화 마지막 단계
환자 치료 접근성 높이는 데 기여
Q4. 검토하는 서류의 양이 엄청날 것 같은데.
이 이사=“소비재와 달리 인체에 적용하는 의약품은 살펴야 할 요소가 많다.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뿐만 아니라 약을 생산하는 공장은 규정에 맞게 관리되고 있는지, 해외에서 생산된 의약품이 국내 규정에 맞게 품질 검사를 하는지, 의약품의 특성에 맞는 위해성 관리 계획이 수립되었는지 등을 모두 규제 당국에서 검토받은 후 시판 승인을 받는다.”
두 전무=“전자문서로 업로드하는데 용량이 많다보니 몇 시간동안 데이터를 보내기도 한다. 예전엔 종이로 문서를 제출했는데 약 하나 당 1t 트럭 가득 서류를 채웠다. 아직 전산화가 완벽하지 않은 다른 국가에서는 인허가 서류를 제출한다며 서류가 산더미처럼 실린 트럭 사진을 인증하기도 한다. 한 장짜리로 요약된 약 설명서는 수 백명의 사람이 과학적 근거를 검토하고 고심한 노력의 결과다.”
Q5.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느껴진다.
두 전무=“처음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6개의 의약품을 한국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듣고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햇수로는 2년이지만 실제 진행한 기간을 보면 약 12개월 남짓이다. 이 업무를 20년 이상 한 나도 이런 경험은 드물다. 힘들거라고 예상했지만 환자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팀원들을 독려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를 팀원들 모두가 내일처럼 나눠서 원팀(one team)으로 감당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오 차장=“내가 인허가 업무를 한 의약품이 임상 현장에 쓰이는 것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GRS팀이 도입한 의약품은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쓰이는 중증·희귀 질환 치료제다. 물론 인허가 업무를 하면서 약을 투약하는 환자를 직접 만나지는 않는다. 주변에서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해도 정확하게 잘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자랑스럽다.”
Q6.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나.
두 전무=“약을 만드는 제약사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환자의 삶이 변하는 것을 볼 때다. 제약사는 기존에 없던 의약품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면서 공동체에 기여한다. 때때로 미디어에서는 제약회사가 이윤만 추구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환자에게 빠르게 약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이 모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 이사=“최종적으로는 단 한 장의 약 설명서로 정리되는 일이지만, 이를 위해서 엄청난 양의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밤낮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보완해 고생한다고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 우리 일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데 꼭 필요한 업무라는 점이 기억됐으면 좋겠다.”
오 차장=“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을 하는 허가팀은 외딴섬 같은 존재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한국의 새로운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많은 환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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