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설사로 괴로운 크론병, 장 절제 막으려면 내시경적 관해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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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104〉 크론병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복통·설사·혈변 증상으로 20대 초반에 크론병으로 진단받고 8년째 치료 중인 환자입니다. 처음 발병했을 땐 증상이 심해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를 사용했고 이후 일반적인 약물치료로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재발해 하루에도 여러 번 화장실을 들락거립니다.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스테로이드를 또 써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주치의가 생물학적 제제를 권합니다. 사실 직장에서 신입이다 보니 병원을 자주 찾아 주사를 맞기 어려운 상황이라 부담스러운데, 다른 치료법은 없을까요.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희 교수의 조언

만성적인 장의 염증이 지속되는 크론병은 꾸준한 증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면서 진행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어느 날은 증상이 좋아졌다 다른 날은 갑자기 나빠지는 호전·재발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염증이 같은 부위에 반복적으로 생기면 장 점막 손상이 누적돼 병적인 상태로 변합니다. 만성적인 염증으로 장 점막이 예민해져 대장암 위험이 높아지고 장이 구조적으로 변하면서 결국 회복이 불가능해 장을 잘라내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크론병 환자의 16.3%는 장 점막 손상으로 장을 절제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서 지속적인 염증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학업·직장 때문에 병원을 오가는 시간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아직 젊으니 조금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크론병은 소화기관에 발생하는 만성적인 면역 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의 한 종류입니다. 염증이 입에서부터 식도·위·소장·대장·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기 전체에 생깁니다. 특히 염증이 위장관의 전 영역으로 침범하고 진행 속도도 빠릅니다. 그래서 목표 지향적 치료(T2T· Treat-to-Target)가 중요합니다. 객관적으로 질병 활성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비가역적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개개인에 맞는 적극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여러 임상 연구에서 내시경적 관해를 달성한 크론병 환자는 재발 위험도가 낮고 장기 예후도 긍정적이었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강조되는 개념입니다. 위·대장 내시경으로 소화기 점막을 살폈을 때 표면의 염증이 모두 소실된 상태입니다. 이런 내시경적 관해 상태를 오래 유지할수록 질환으로 인한 장 협착, 천공, 폐쇄 등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복통·설사 등 활동기 상태에서 증상도 덜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질환의 경과를 호전시키지 못합니다. 5-아미노살리실산, 면역조절제 등 일반적인 치료로 임상적 관해 유지가 어려워 크론병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목표 지향적 치료가 가능한 다음 단계의 약제인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으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는 모두 크론병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사이토카인)을 표적으로 억제해 증상과 염증을 개선하는 일종의 표적 치료제입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질환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특정한 1~2개의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기전이고, JAK 억제제는 이러한 사이토카인들의 신호 전달 경로인 JAK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의 약을 사용해 목표를 달성한다면 이후 경과에 따라 다시 아래 단계의 약으로 바꾸거나 약 투여량을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고분자 제제인 생물학적 제제는 정맥이나 피하주사로 투약하는데, 피하주사의 경우 집에서 자가 주사가 가능합니다. 또 최근 크론병 치료에 허가된 경구제인 JAK 억제제(소분자제제)는 1일 1회 복용으로 약 복용이 편하고 약효 발현이 빠릅니다. 질문자처럼 사회 초년생으로 병의원 진료에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땐 먹는 약으로 만성적인 장 염증을 관리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담당 주치의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냉정하게 상담하고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장 점막 보호에 유리할지 상담하길 바랍니다.

크론병 치료에 사용 가능한 JAK 억제제인 유파다시티닙(린버크)은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습니다. 린버크로 치료한 크론병 환자는 12주차에 임상적 관해 도달률이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고, 이후 유지 치료에서의 임상적 관해 도달률도 52주간 유지됐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치료 2주차부터 빠르게 나타났고,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인 내시경 반응, 점막 치유 등에서도 위약군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론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줄인다면 재발 위험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지금도 크론병에 더 효과적인 약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으니 본인에게 잘 맞는 치료 방법을 택해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 일반인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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