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수 1L당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가 검출됐다.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 중 나노 플라스틱은 90%에 달했다.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김영아 교수는 “나노 플라스틱은 DNA 크기 정도로 작기 때문에 신체 어디든지 침투할 수 있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 입자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혈관을 통해 폐와 뇌, 태반, 모유, 고환(정자)에서 검출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아봤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미세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해롭다고 경고한다. 몸속 장기에 붙어 이물질로 존재하면 장기적으로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가벼운 질병부터 암까지 모든 병의 기전에는 염증 반응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플라스틱 가공을 위해 사용하는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와 같은 화학 성분(가소제)도 위험성을 부추긴다. 미세플라스틱에 붙어 다니다가 미세한 크기로 분해되면서 함께 나오는데 이때 환경호르몬과 같은 독성물질이 배출된다.
미세플라스틱은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성질이 있어 미생물이 잘 달라붙는다. 이것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그 자체뿐만 아니라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 물질과 미생물이 합쳐져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여성의 경우 혈관이 많은 자궁·난소와 같은 생식기관에 침투해 생식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산부 탯줄 통해 아이에게 전달
특히나 미세플라스틱이 임신부와 아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서북 농림 과기대 연구팀이 미세플라스틱을 임신한 쥐에게 먹인 결과, 태어난 새끼 쥐에서 저체중 현상이 나타났다. 임신 중 엄마 뱃속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새끼 쥐 역시 난자 성숙이 떨어지고 수정률과 배아 발달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조산아들의 양수를 조사한 연구도 있다. 28주 이후엔 양수의 주성분은 아이의 소변이다. 그 양수를 조사했더니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이는 엄마 태반과 탯줄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아이에게 전달됐다는 걸 의미한다. 김 교수는 “여러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여성 건강, 특히 생식 능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세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서 어디든 존재하고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과학적인 접근과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려면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협의체와 정책을 만들어 대응하고 기업은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과 같은 신소재나 새로운 가소제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도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 종이컵이나 생수병, 물티슈와 같은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게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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