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중증도와 생활 방식 따라 치료 전략 달라”

인쇄

[인터뷰] 이홍섭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염증성 장 질환으로 진단받으면 당황하는 환자, 보호자들이 적지 않다. 아직 완치할 방법이 없는 만성 난치 질환이어서다. 증상을 가라앉히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 장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근 5년간(2017~2022년) 30%가량 증가했다. 손쓸 방법이 없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효과적인 약제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환자의 증상 정도와 생활 방식에 따라 약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치료 선택권이 넓어지는 추세다. 부산백병원 염증성장질환클리닉의 이홍섭(사진·소화기내과) 교수에게 환자가 알면 도움되는 최신 치료 동향에 대해 들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염증성 장 질환 발생이 왜 증가하나.

“병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환자에게서 여러 환경 인자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소인은 변화가 없으므로 환경 인자들을 봐야 하는데, 산업화에 따른 변화가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많다. 육류 섭취 증가와 채소 섭취 감소, 인공감미료와 패스트푸드 같은 서구화된 식이, 감염 질환 감소, 대기 오염·흡연 때문에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서구화된 식이와 비만은 장내 미생물을 변화시켜 장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된다.”

-치료 목표와 방법은 뭔가.
“염증성 장 질환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스테로이드와 면역 조절제 등의 약제로는 급박변·설사·혈변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가 가능했다. 요즘은 생물학 제제의 치료제로 증상 완화뿐 아니라 장 염증 자체를 줄여주는 효과를 본다. 질환이 활동기에서 벗어나 증상이 완화되도록 관해 유도 치료를 하고, 약 용량을 좀 줄여 유지 치료에까지 사용한다. 수술 예방도 중요한 목적의 하나다. 과거에는 많이 하던 장 절제 수술을 받지 않을 수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약물치료 순서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낮은 약부터 시작해 부작용이 더 크고 효능이 더 강한 약제로 단계를 상승시켜 나가는 것이다.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따라 단계 상승 요법을 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치료 효과 평가는 3~6개월 후 혈액·대변·내시경 검사와 환자의 증상을 토대로 평가한다. 다만 이 같은 상승 요법으로는 치료 단계를 올리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증상이 가라앉는 상태인 임상 관해를 위한 적절한 치료를 해도 질병의 경과가 진행해 장 손상을 일으킨다. 초기에 생물학 제제와 소분자 물질을 사용하면 염증이 없는 내시경적 관해가 가능하며 장기적인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보고가 많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가속 단계 요법이다. 가능한 한 빠르게 단계를 올려 조기에 생물학 제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주요 치료 전략으로 사용된다.”

-가속 단계를 통한 생물학 제제 사용은 어떤 환자에게 적용되나.
“생물학 제제는 위험인자가 많은 중증도 높은 환자에게 사용한다. 염증이 광범위하거나 활성도가 높고 진단 시 연령대가 젊은 경우 등이다. 최대한 초기에 빨리 염증을 잡아야 한다. 환자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으면 약물 효능 판단을 위한 반응 관찰을 좀 더 빨리한다. 2주 내지 4주마다 평가하고 약물과 용량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기존 단계 요법에서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면역 조절제를 쓰고 한참 지난 뒤 생물학 제제를 쓴다. 단계마다 평가 기간이 2~3개월 이상이어서 시간이 길어진다. 염증성 장 질환은 진행하기 때문에 염증 조절이 잘 안 되면 그사이 장이 계속 망가진다. 이를 보완해 조금이라도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도 과한 치료가 되지 않도록 생물학 제제를 최대한 빨리 쓰는 것이 가속 단계 요법이다.”

-주의해야 하는 환자는 어떤 경우인가.
“생물학 제제는 쉽게 말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표적으로 억제해 염증을 덜 일어나게 하는 원리다. 효과가 좋은 반면 반응이 빨리 떨어지거나 감염·부작용 위험도 많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엔 굳이 먼저 쓸 필요는 없다. 전 단계의 약으로도 충분히 조절되는 환자 역시 많다. 환자가 고령이고 동반 질환이 많거나 심한 감염증이 우려되면 생물학 제제로 치료할 때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결핵 등 심한 감염증이 있으면 생물학 제제 치료 금기에 해당한다.”

-환자의 생활 방식과 선호도가 약제 선택에 왜 영향을 미치나.

“현재 여러 치료 옵션 중 어떤 약이 가장 좋다고 규정하기는 힘든 상태다. 효과·안전성·편의성 중 환자의 상태와 질병 활성도, 기저 질환을 바탕으로 결정한다. 환자의 선호도 역시 중요하다. 약제를 선택할 땐 집과 병원과의 거리, 자가주사 가능 여부, 안전성 또는 빠른 효과에 대한 기대 등을 고려한다. 개인적으론 직업을 물어보는 데 의외로 중요하다. 재택이 가능한지 아닌지와 병원 방문이 가능한 시간대, 나이·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다. 예컨대 생물학 제제 치료제는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맞거나 자가로 피하주사를 놓는 방법이 있다. 정맥주사는 8주 간격, 피하주사는 2주 간격으로 보통 맞는다. 약마다 투여 방법이 다르다. 동반 질환이 많거나 고령이면 안전성이 중요하다. 환자는 선호하는 투여 방법과 안전성 또는 효과에 대한 기대를 의료진에게 알리면 좋다. 치료 옵션을 효과적으로 추리는 데 도움된다.” 

-투여 방법에 따른 차이는 뭔가.
“최근에는 정맥주사뿐 아니라 피하주사 생물학 제제에 대한 선택지도 넓어졌다. 장연구학회 팩트 시트를 보면 2019년을 기준으로 환자는 20, 30대 젊은 연령이 가장 많았다. 특히 크론병의 경우 생물학 제제 투약 비율이 36%다. 제 환자를 분석해 봐도 생물학 제제 투여율이 30%로 높으며 환자의 평균 나이는 42세다. 이 연령대는 대부분 학생, 직장인으로 주중에 병원에서 반나절 이상 시간을 소비하기 힘들다. 정맥 주사제는 병원에서 1~2시간 맞아야 한다. 반면 피하 주사제는 복부·허벅지 등 피하 조직에 투여한다. 병원 밖에서 간단히 자가주사가 가능하다. 장기 처방을 받을 수 있고 병원에 오래 머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장기 여행, 출장에도 부담이 없다.”

-최근 문을 연 부산백병원 염증성 장 질환 클리닉의 강점은 뭔가.
“부산백병원은 40년 이상 암·심혈관·뇌 같은 중증 질환에서 강점을 보이며 지역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난치병인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치료, 관리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때가 됐다. 시기적으로도 진료 역량과 연구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상호 연계를 통해 환자가 더 좋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염증성 장 질환의 진단부터 치료까지 모든 과정이 더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염증성 장 질환 전문 임상연구 간호사가 합류해 환자 교육도 담당한다.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라 환자들의 궁금점이 많다. 의료진도 환자 개개인의 예방접종과 대장내시경 시기 등을 세세히 챙기면서 전인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다만 제한된 진료 시간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산백병원 염증성 장 질환 커뮤니티 밴드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소통하고 있다. 클리닉 개소로 보다 체계적인 환자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국책 사업을 통한 연구와 신약 개발 사업으로 환우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