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 없이 폐암 진단, 초기 암 진단율 높이는 정밀의학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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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100대 궁금증] 폐세척 액상생검

폐암은 표적·면역 항암제 같은 획기적인 치료제가 발전해온 분야임에도 부동의 암 사망률 1위다. 1기암 진단율이 여전히 30%에 그친다. 흉곽에 세침을 찔러 넣는 조직검사(경피적 폐생검)로는 다양한 유전자·분자 검사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폐암 조직을 얻기 어렵다. 조직 검사를 위해 불필요한 수술을 하다보니 이를 피하기 위한 보수적인 평가와 진단 지연이 적지 않다. 수술 전 병기·유전자 평가가 어려워 수술 후 재발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한계에 달한 기존 폐 조직 검사의 난제를 풀어나가는 진단 기술의 하나는 '폐세척 액상생검'이다. 기관지 내시경으로 폐를 세척한 액체에서 암세포를 전달하는 '엑소좀'을 찾아 분석하는 분자생물학적 진단법이다. 표적 유전자(EGFR·KRAS 변이 등)를 찾아 수술 전 선행 치료로 재발을 줄이고 암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모은다. 폐세척 액상생검을 개발해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장인 이계영 교수를 만나 패러다임 전환의 기로에 선 폐암 치료의 현주소와 전망을 들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질의 : 기존 조직검사로 초기 암을 찾는 게 왜 어렵나.
응답 : “폐암 대다수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위치를 확인하고 흉곽 밖에서 세침을 찔러 넣는 조직검사(경피적 폐생검)로 폐암 세포를 확인해 진단한다. 그런데 크기가 작거나 위치가 까다로운 경우엔  조직 검사가 어렵고, 각혈·기흉 등 합병증 위험만 크다. 특히 최근 증가하는 비흡연 여성 폐암은 미세먼지나 요리 시 유해물질이 기관지 말단인 폐포까지 들어와 발병한다. 영상에서는 뿌옇게 나오거나(간유리음영폐결절) 속이 빈 형태(공동성폐결절)로 보여 세침으로 정교히 찌르는 게 어렵고, 찔러봐야 피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조직을 얻기가 더욱 어렵다. 이런 이유로 초기 폐암 의심 환자 대다수는 수술로 조직검사를 한다. 이렇다 보니 환자의 15%가량은 불필요한 수술을 받고, 의료진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돼 수술이 지연되기도 한다. 수술 전 암 여부가 헷갈리는 데다 세포·분자유전학적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한 뒤 재발 방지 목적의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에 재발률이 높다. 세포 진단은 한계가 왔다.”

 질의 : 폐세척 액상생검 원리와 기대효과는 뭔가.
응답 : “범죄 현장에서 범인의 DNA를 찾아 검거하듯, 폐암 세포의 DNA를 찾아 진단하는 것이다. 암이 의심되면 폐 세척액에서 암세포를 운반하는 전령인 엑소좀을 찾아 DNA를 추출해 폐암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세포 진단에서 분자생물학적 진단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 조직검사 없이 폐암을 진단할 수 있어 조기 진단율이 높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EGFR 변이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EGFR 변이면 재발 확률이 높으므로 수술 전 표적항암제로 선행 치료해 병기를 하향시켜 수술함으로써 재발과 암 사망률을 낮출 것이란 기대다. EGFR 변이면 1기는 20~30%, 2기는 50~60%, 3기는 70~80% 재발한다. 1기암은 재발률이 20% 정도이나 환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손을 못 대는 이유는 수술 전에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검사로는 초기 1기암 찾는 게 드물다. 얌전한 1기암은 그대로 자라기만 하므로 수술하면 된다. 액상생검으로는 못 잡는다. 그렇지 않은 나머지 20~30%는 어딘가에 미세전이가 있거나 암세포 성질이 생물학적으로 악성도가 높은 암이어서 문제다. 이런 경우엔 활발하게 엑소좀을 내므로 액상생검에서 잡힌다. 좋은 항암제를 쓸 수 있는 1기암 환자를 찾아내는 데에 엑소좀 기반 폐세척 액상생검 성능이 좋다.”

 질의 : 수술 전 선행 치료가 환자에게 왜 이득인가.
응답 : “선행 치료 장점은 이론적으로 미세전이를 제거해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다. 또 병기를 하향시켜 최소침습 수술을 해 수술 시간과 범위를 줄이고,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을 낮춘다. 환자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현재는 수술 후 EGFR 변이 양성이면 항암제를 먹는 것으로 돼 있으나, 3년 후 끊으면 재발률이 올라간다. 이렇게 약을 먹는 것이 환자도 힘들다. 수술한 다음에 결과를 가지고 재발 방지를 하는데, 초기에 선행 치료를 해 병소를 축소시켜 수술하고 수술 결과에 따라 그래도 재발률이 높으면 재발 방지를 하는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다. 어렵게 초기암을 잘 수술해도 재발률이 높으므로 선행 치료가 답이 될 수 있다. 현재 4기 진단율이 40% 이상, 1기는 30% 정도다. 1기암에서 진단율이 60% 이상 올라가면 4기암 진단율이 20% 정도로 내려가고 사망률은 70%에서 60% 이하로 낮춰질 수 있다. 기존에 개발된 항암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폐암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이계영 교수는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증가하므로 갱년기에 접어들면 5년에 한번은 저선량 폐CT(LDCT)를 반드시 검사해 볼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질의 :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응답 : “폐암이 의심되는 환자 40명을 폐세척 액상생검으로 진단해 3세대 표적항암제(렉라자)를 선행항암요법으로 쓸 수 있게 한 임상 결과 일부를 발표했다. 수술 전 선행 치료를 9주 하고, 수술 후 진짜 암인지 아닌지와 생각했던 EGFR 유전자형인지를 확인했다. 최종적으론 선행 치료로 재발률이 현재보다 떨어짐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40명 등록 환자 모두 폐선암으로 확인됐고, 이 중 31명을 수술했으며 4명은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약 44%의 환자에서 병기가 하향됐고, 선행 치료의 주요 병리학적 반응(MPR, Major Pathologic Response)은 20%의 결과를 보였다. 3년 후 재발이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폐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기념비적인 임상 연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절반 이상 입증했다고 본다. 

1명의 환자에게서만 EGFR 유전자 변이의 오류가 있었다. 또 검사 중 다른 원인으로 최종 제외된 사람들이 있다. 이걸 예상해 26명이 평가받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35명이 최종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단일 센터에서 1년 반 만에 40명의 환자를 등록해 중간 결과까지 나온 전 세계적으로도 선례가 없는 혁신적인 임상 연구다. 조직검사 없이 폐암을 진단해 표적 유전자를 찾고, 선행 치료로 예방적 효과가 있으며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출 것이란 연구 목표가 환자의 임상적 니즈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올가을 열리는 세계폐암학회 초록 마감인 4월 중순까지 정리해 1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표적 항암제 선행 치료에 대한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질의 : 선행 치료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나.
응답 : “수술 전 선행 치료의 효과를 판정하는 주요 병리학적 반응(MPR, Major Pathologic Response)이 90%면 수술 후 조직에서 암세포가 90% 이상 죽은 것을 뜻한다. 그러면 재발률이 확 떨어진다고 한다. 위 연구에서는 MPR이 20% 정도로 나왔는데, 표적항암제 선행 치료 기간이 짧아서 그렇다고 본다. 세포독성·면역 항암제로 선행 치료를 2~3개월 하면 MPR이 50~70%로 높게 나온다. 표적항암제는 독성이 적지만 암세포가 살상 효과가 강하지 않으므로 2~3개월의 기간은 좀 짧다. 6~8개월로 선행 치료 기간을 늘리면 MPR 범위가 증가할 거로 생각한다. 이는 또 다른 연구로 증명해야 한다.”

 질의 : 환자 사례가 궁금하다.
응답 : “61세 비흡연 여성 환자 사례다. 폐암이 강력히 의심되는 동전만 한 크기(약 2㎝)의 병소가 발견됐다. 위치가 심장 가까이여서 세침을 찔러 조직검사를 할 수 없었다.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 CT)에서 활동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고, 표적항암제 9주 선행 치료로 병소를 옅어지게 만들었다. 이후 수술했더니 크기는 0.9㎝로 줄었다. 이 환자는 재발 확률이 없다고 보고 현재는 추적 관찰만 하고 있다. 최근 고령의 비흡연자 여성 폐암이 많은데 무방비다. 폐암에 대해선 생각도 못 하고 살았는데 증상이 나타나고 아파서 병원을 오면 이미 3, 4기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은 5년에 한 번 정도는 저선량 폐CT(LDCT)를 찍을 필요가 있다. 비흡연자 여성 폐암은 흡연자와 달리 천천히 자란다.

67세 비흡연 남성 환자는 7㎝가량의 큰 덩어리 형태로 의심 병변이 보였다. 덩어리가 커지면 암세포 가운데가 괴사하는 경우가 있다. 조직 검사에서는 살아있는 암세포를 샘플링해야하는데, 세침 검사를 2번 했음에도 암세포 확인을 못 했다. 액상생검을 했더니 EGFR 돌연변이가 나왔다. 선행 치료 후 수술했더니 암 크기는 3㎝가 채 안 됐다. 크기로만 보면 수술이 불가한 3기b에서 1기암으로 줄은 것이다. 다만 문제는 조직을 떼 현미경으로 보니 폐동맥에 암세포가 좀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폐동맥을 침범하면 3기로 평가된다. 이 환자는 재발 위험이 있어서 3년간 약을 먹을 예정이다. 선행 치료 기간이 반년 정도로 좀 더 길었다면 암세포가 죽은 상태에서 수술했을 거라 예상한다.”

 질의 : 3, 4기 폐암 환자에게도 액상생검 진단이 의미가 있나.
응답 : “3, 4기에서 액상생검의 장점은 진단과 치료 계획 결정이 하루 이틀 안에 나온단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직 검사해 암세포를 확인하는데 3, 4일이 걸린다. 이후 유전자검사 결과까지 보통 2주다. 그 사이 환자는 어떤 항암제를 써야 하는지 치료 갈림길에서 기다려야 한다. 증상 없는 4기는 2주여도 기다릴 수 있지만 암 통증, 호흡곤란, 각혈이 있으면 위태로운 기간이다. 액상생검으로는 95%의 정확도로 1~2일 내에 결과가 나오므로 폐암 전천후로 강점이 있다. 기관지 내시경은 폐 질환의 필수 기본검사이므로 폐세척 액상생검은 여기에 3~5분만 더 하면 된다.

환자가 고통스럽지도 않다. 현재 EGFR 변이를 진단하는 폐세척 액상생검은 키트 형태로 개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와 신의료기술 승인 과정에 진입했다. EGFR 유전자 검사에 이어 두 번째로 빈도가 높은 KRAS 폐세척 액상생검 개발도 시작했다. EGFR·KRAS 유전자 폐암은 전체 폐암의 40~50%를 차지한다. 표적 유전자가 없는 폐암에 대해서는 DNA 메틸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스위치) 수준을 평가하는 키트(Epi-TOP MPP assa y kit)를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와 연구개발 중인데 초기연구결과가 좋다. 2~3년 이내에 대다수의 초기 폐암을 조직검사 없이 폐세척액상생검법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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