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일상에서 흔하게 손과 팔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손은 약간만 다쳐도 불편함을 크게 느끼고, 크게 다쳐 후유장해가 남기라도 하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는 중요하며 섬세한 신체 부위다. 만일 갑작스러운 사고로 소중한 손을 다쳤다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수부외과(手部外科)를 찾도록 하자.
수부 외상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절단상이 있다. 절단된 수지는 접합수술을 시도하게 되는데 소위 골든타임이 있다. 수술은 빠를수록 좋으며 8시간 정도까지를 골든타임으로 보는데 의료 여건상 빠른 접합이 어려울 경우 절단부의 적절한 처치 및 냉장 보관을 통해 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36시간까지도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의료진의 숙련도와 좋은 장비도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최신식 미세현미경 등의 장비를 갖추고 수지접합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상주하는 수부전문병원에 제때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절단된 부위가 없거나 손상이 심해 괴사로 진행되면 이를 최대한 복원하고자 재건 수술을 하게 된다. 이 또한 수부외과의 영역이며 피부, 피하지방, 힘줄, 근육과 뼈 등을 포함한 조직을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 채취해 이식하게 된다. ‘유리피판술(Free flap)’이라 하는 수술은 다른 부분에서 혈관을 포함한 조직을 채취해 결손부의 혈관과 연결하여 이식하는 걸 말하는데 고난도 수술로 재건술의 꽃이자 백미이며 잘만 되면 환자의 외상을 드라마틱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혈관 상태에 따라 결과가 안 좋을 가능성이 있어 기저질환 등도 고려해야 하며 경험이 풍부한 의사와 환자가 충분히 상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산업 현장에서 청장년 남성 근로자들이 주로 수부외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레저 스포츠 등 야외활동의 증가로 손을 다쳐 수부병원을 찾는 환자군의 연령이 다양해지고 여성 환자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또한 산업 현장의 인력이 고령화되어 70대 이상 베테랑 기술자가 다쳐서 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본다. 꾸준히 늘어나는 수부외상의 의료 수요와 특히 최근 들어 증가하는 의료분쟁에 비추어 볼 때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면 제대로 치료하는 수부전문 병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수부외과는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전문의가 선택하는 세부분과에 해당하는데 말하자면 기피과다. 수지접합과 수부의 재건은 들이는 품에 비해 수가가 낮다. 또한 너무나 섬세한 손의 기능을 완전히 회복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안 보이는 부분에서 공을 많이 들일수록 결과가 좋지만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이렇게 들인 노력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일례로 수지접합을 해서 손가락이 살았든 죽었든 수가는 동일하다. 청구 파트와 가끔 삭감 등의 문제로 얘기해 보면 각 환자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나 고려는 없고 기계적인 업무처리만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수술과 치료에 있어 깊이 있는 부분은 의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적절한 보상 없이 의사의 사명감 또는 장인 정신에만 기대는 구조는 그 품질을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또한 외상이 시간 가려서 발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야간이나 주말 당직 근무를 거의 평생 하게 되는데 주5일 근무, 재택근무 등으로 확대해 나가는 소위 워라밸 따위는 다른 세상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의사가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치료의 의지를 다진다 해도 수술은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간호사와 행정부서까지 많은 인력이 24시간 필요한데 최근의 구인난과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상 노무 문제가 어렵고 병원 경영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요즈음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수부외과를 택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다른 선택지를 제쳐두고 왜 이 힘든 길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필자는 수련 기간 동안 수부외상 환자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훌륭한 선배 의사들로부터 보고 배울 행운이 있었다. 이를 두고 미용이나 다른 분야를 택하기엔 경험치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 새로운 희망을 얻은 환자들의 환한 표정이 늦게까지 이어진 수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내 선택에 보람을 느낀다.
남들이 힘들어서 기피하는 일에 묵묵히 종사하는 분들이 그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 역할을 한다. 그분들의 사명감과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필자도 한구석의 주춧돌이 되어 미력하나마 우리 세상을 떠받칠 수 있게 수술과 치료에 늘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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