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당뇨병 환자, 늦게 발견할수록 부담 커져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당뇨병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질환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0대 당뇨병 환자는 13만 1828명으로 4년 전보다 약 2만명이 증가했다(2018년 11만 794명). 당뇨병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고위험군인 ‘당뇨병전단계’ 유병률도 2019년과 2020년을 통합해서 볼 때 30세 이상 성인에서 10명 중 4명 꼴인 44.3%에 달하고 있다.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당뇨병은 진단받은 연령대가 젊을수록 합병증 발생률과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 중 하나인 심뇌혈관 합병증은 정상인보다 환자의 사망 위험이 1.6배나 높다. 또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환자가 한 가지 이상 미세혈관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높아진다. 진단 후 9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각각 약 50%와 80%의 환자들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미세혈관 합병증을 가지고 있었다.
공복혈당검사로는 부족…당화혈색소검사가 숨은 환자 찾는 '열쇠’
현재 국가에서는 유병률이 높고 질환 부담이 큰 당뇨병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일반건강검진(건강보험공단)과 국민건강영양조사(질병관리청)에서 공복혈당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공복혈당검사만으로는 모든 당뇨병 환자를 찾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당뇨병 진단 기준에는 공복혈당검사, 당화혈색소검사, 경구포도당내성검사가 있는데 각각의 선별 검사 별로 판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공복혈당검사에 비해 변동성이 적어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혈당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검사’를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당뇨병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당화혈색소검사는 최근 2~3개월 간의 평균적인 혈당 수치를 검사하는데,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일 때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실제로 국내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당뇨병예측모형에서 공복혈당에 당화혈색소를 추가했을 때 예측력이 상승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은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분석에서도 공복혈당 기준에 당화혈색소 기준을 추가로 적용한 결과 당뇨병 환자가 2% 포인트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복혈당검사와 당화혈색소검사를 동시에 측정하면 당뇨병 진행 및 합병증을 예방함으로써 사회경제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당뇨병학회에서는 연령별 검사 항목으로 당화혈색소를 추가해 남성은 35세, 여성은 40세에 시작해 일정 주기로 검사를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2022년 현행 국가건강검진 내 당뇨병 검진의 근거에 대한 '국가건강검진 내 당뇨병 검진 타당성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당뇨병 선별검사(공복혈당, 당화혈색소 검사) 및 치료방법, 검진 수용성, 검진효과, 비용-효과성 등을 분석했으며, 당화혈색소 검사와 관련된 비용-효과성에 대해서도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대한가정의학회에서 추천한 전문가 자문을 받아 추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역시 지난 국정감사에서 ‘당화혈색소검사 국가건강검진 항목으로 추가’ 방안에 대한 국민의 힘 강기윤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가건강검진 내 당화혈색소 검사 도입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건강검진기본법'에 따른 ‘검진기준 및 질 관리반’ 전문분과의 논의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 “논의과정에서 당화혈색소 검사 관련 근거와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건강검진위원회 논의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당뇨병 검진의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치료환경이 반영되고 장기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 등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당뇨병 치료환경 변화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규장 이사장은 “새로운 당뇨병 약제가 등장하면서 데이터의 경향이 많이 달라졌고, 이들 약제가 혈당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 감소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 발견에 따른 선제 관리가 사망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근의 치료환경이 적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당뇨병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연구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20년 이상 장기 추적 조사를 하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특히, 40여년 간 장기추적조사로 진행된 UKPDS(UK Prospective Diabetes Study) 연구에서는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관리 및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원 이사장은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 중 당뇨병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수집되어 있지 않아 당뇨병 조기 발견 및 관리 효과에 대한 분석이 어려웠다”며 “국가건강검진을 받아 당뇨병이 아닌 정상인과 당뇨병전단계로 판단된 사람들의 당화혈색소 검사 시행 시점, 그 이후 당뇨병 약제를 투약한 시점 등으로 세분화해서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던 집단과 비교하는 형태로 분석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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