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결혼에 늘어나는 난임 치료…사회적 인프라 구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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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인터뷰] 감자와 눈사람 여성의원 류상우 원장

한국은 결혼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신 준비 시기가 늦어져 난임 인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난임 인구는 24만 명으로 10년 간 26%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자·난자와 같은 생식 세포는 생물학적 나이가 들수록 가임력이 떨어진다. 다행히 생식 세포를 선별해 배아를 키우고 이식을 돕는 난임 치료로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난임 치료를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풍부한 난임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난임 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감자와 눈사람 여성의원 류상우(사진) 원장에게 난임 부부에게 필요한 사회적 지원책과 적절한 난임 치료 시작 시기에 대해 들었다. 류 원장은 차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난임 치료 명의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난임 치료를 받는 사례가 많이 늘었나.
“그렇다. 인공수정, 체외수정 같은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아기가 한 해 2만 명이 넘는다. 전체 신생아 11명 중 1명은 보조생식술의 도움으로 태어나고 있는데 점점 증가세다. 아무래도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 여성의 가임력은 대략 35세를 기점으로 떨어진다. 초혼 연령이 35세 이상인 기혼 여성 3명 중 1명은 난임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 다행히 배아 배양 기술, 배아와 난소·고환 조직 동결보존 기술 등 각종 난임 치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임신 성공률이 높아졌다. 그래도 난임 치료 시기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생물학적 나이가 많아질수록 난임 치료도 까다로워진다. 임신에 이르는 기간도 오래걸린다. 여성 나이가 35세 이상이면 난임 기준인 결혼 후 1년까지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난임 치료를 고려하고 35세 이전이라도 미리 난임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Q2. 난임 치료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높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난임의 원인은 남성·여성에게 모두 존재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치료는 주로 여성의 몸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난임 치료의 체력적·심리적 부담도 여성에게 집중된다.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여성 혼자 고군분투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난임 치료 당사자인 여성은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매일 맞으면서 배가 뭉치는 통증을 견디고 난자를 채취하고 배아를 이식한다. 이 과정에서 좋아하던 커피도 끊고 몸을 관리한다. 한 번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하면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난임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예전과 같은 일상생활이 힘들고 결과를 확인하면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난임 치료는 부부 공동의 몫이다. 일차적으로 직접 보조생식술을 받지 않더라도 남편은 아내가 좀더 편안한 환경에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하며 집안일을 나눠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힘든 난임 치료를 견디는 아내에게 힘이 된다. 이 외에도 난임 부부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난임 치료 휴가를 늘리고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체계적인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Q3. 난임 지원 정책이 늘고 있지만 이를 확인하긴 어렵다.

“공감한다. 난임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확대 시행되면서 경제적 부담으로 난임 치료를 포기하거나 주저했던 사람도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를 본다. 대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데, 간혹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도 한다.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하고 곧바로 상담할 수 있는 통합 사이트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난임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난임 지원 정책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일원화했으면 한다. 질병관리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소 등 정책별로 담당 부서가 달라 비슷한 자료를 각 기관에 여러 번 제출해야 한다. 이런 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서류 업무가 훨씬 수월해져 난임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 해 출생아 11명 중 1명은 보조생식술로 출생 
난임 스트레스 관리 등 정서적 지원책 마련 필요
난자 동결도 난소 나이 중요해

Q4. 난임 부부에게 또 어떤 지원책이 필요히다고 생각하나.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난임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으면 적어도 한 사이클에 6~7번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연 3일에 불과한 난임 치료 휴가로는 이를 메우기 부족하다. 몇 사이클 시도하면 그 해 연차를 다 소진하기 쉽다. 주변의 과도한 관심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실제 직장에 난임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히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 

둘째는 정서적 지원이다. 난임 치료를 시작하면 아무래도 스트레스 관리가 어려워진다. 무조건적인 희망·믿음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난임 부부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서적인 지지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도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등 여러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진료 시간에 정서적 지원까지 소화하기 쉽지 않다. 심각하면 개별 심리 상담을 권하지만 아직까지 관련 인식이 낮다. 실질적으로 난임 부부의 정서를 지지해 줄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Q5. 결혼이 늦어지는 만큼 난임 치료를 더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던데.
“그렇다. 요즘엔 점점 결혼이 늦어지면서 난임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더 없어졌다. 한국은 난임 치료 수준이 높아서 좀 늦게 시작해도 괜찮겠지란 생각에 난임 치료 시기를 조절하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서 40대에도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늦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생식 능력은 비가역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건강검진 항목에 여성은 난소 기능 검사(AMH)를, 남성은 정액 검사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난임 가능성을 더 빨리 인지하기 위해서다. 

물론 여러 차례 도전 끝에 48세에 출산에 성공하는 등 예전보다 난임 치료 성공률이 높아졌지만 생물학적 나이에 따른 가임력의 한계는 절대적이다.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임신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임신·출산 계획이 없더라도 35세 이상이라면 당장 난임 병원에 방문해 가임력을 점검하길 바란다. 최근엔 난자 동결 등 생식세포를 얼려 보관하는 방식으로 미래 출산 가능성을 높인다. 동결 보존이 어려운 난자도 해동 후 생존율이 80% 이상으로 보고됐다. 냉동 배아 이식이 신선 배아 이식보다 자궁 착상 환경이 좋고 임신율도 더 높다. 난자 동결 역시 난소 나이가 중요하다. 늦어도 38세 이전엔 시도하는 것이 좋다.”

Q6. 난임 치료를 늦게 시작하면 반복적 착상 실패 위험이 높아지는 건가.
“반복적 착상 실패는 임상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배아가 자궁 내막에 성공적으로 착상하기 위해선 배아와 자궁 내막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보다 정상에 가까운 배아를 선별하기 위해 가능하면 배아를 포배기까지 배양하고, 배아의 염색체 이상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염색체 수적 이상이 없는 배아를 선별하기 위한 착상 전 유전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 PGT)를 시행하기도 한다. 염색체 전위 등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부부 염색체 검사, 자궁 내막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초음파 검사 등도 고려한다. 이렇게 대비해도 반복적 착상 실패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험적 치료를 많이 한다. 

반복적 착상 실패의 위험은 여성 나이와 연관이 많다. 나이가 많을수록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염색체 수적 이상도 늘어 비정상 난자가 증가한다. 또 자궁근종 등으로 배아 착상에 영향을 미친다. 반복적 착상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젊을 때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게 중요하다.”

Q7.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난임이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라. 한국의 난임 치료 수준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첫 자궁이식 수술을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궁과 관련된 난치성 난임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제시된 것 같아 무척 기뻤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올 3분기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난임 시술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임신에 이르기 어려운 상황일 때 대처하는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임상 현장에서 아이를 바라지만 더 이상 임신을 시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난임 부부를 많이 본다. 입양이나 난자·정자 기증, 대리모 허용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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