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즐겨하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는 건강 문제는 ‘테니스 엘보’다. 테니스 엘보의 의학적 명칭은 외측 상과염이다. 이는 손목을 들어 올리는 근육에 반복적인 자극이 가해져 힘줄에 변성이 생기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심해지면 컵을 들어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질환을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니스 엘보의 주요 증상은 팔꿈치 외측의 통증과 압통이다. 팔꿈치와 손목 움직임에 따라 통증을 느낀다. 팔꿈치 바깥쪽 뼈 돌기(외측 상과 부위)에서 시작된 통증이 팔 아래쪽으로 뻗어가고 서서히 진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물건을 들거나 ▶문을 열 때 ▶열쇠를 돌릴 때 ▶악수할 때 ▶가방을 들고 다닐 때 등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테니스 엘보의 원인은 힘줄에 발생하는 미세한 손상이다. 손목을 펴거나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할 때 사용하는 팔꿈치 바깥쪽 근육에 오랫동안 반복적인 부하가 가해져 손상된다. 완전히 치유되기 전에 다시 손상 과정이 반복되면 통증이 생긴다. 조직 손상과 염증으로 육아조직 및 미세혈관 증식이 일어나면서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나르거나 ▶반복적으로 물건을 옮기거나 ▶팔이 불편한 자세로 일하거나 ▶팔을 장시간 들고 작업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 테니스 엘보가 잘 발생할 수 있다.
테니스 엘보는 보통 임상적으로 진단한다. 골관절염이나 골연골증, 석회성건염 등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X선과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라면 초음파나 MRI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형외과 박용복 교수는 “환자의 약 90%는 1년 안에 증상이 좋아지지만, 통증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로 진행하면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저절로 좋아지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며 “심각한 상태로 진행하지 않도록 초기에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시 가장 중요한 건 손목과 팔꿈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꼭 물건을 들고 옮기는 동작을 해야 한다면 손등이 앞이나 위로 가는 자세는 멀리한다. 손바닥이 앞이나 위로 가는 동작으로 물건을 들거나 팔의 사용 위치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초기 치료는 부드러운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통해 팔꿈치 바깥쪽 뼈 돌기로 가는 근육과 힘줄 긴장도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국소 통증이나 염증성 변화 조절을 위해 경구약 복용과 물리 치료도 시행한다. 증상이 심하면 주사 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사 치료는 신중해야 한다. 너무 많은 주사 치료가 이뤄지면 오히려 만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 힘줄 부착부에 파열을 유발하거나 근육 위축이 생길 수 있다. 오랜 기간 병이 지속된다면 손상 정도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박 교수는 “테니스 엘보는 질병 진행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초기 증상을 무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증상이 좋아지는 데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작은 불편함이라도 있다면 초기에 정형외과 검사를 통해 진단받고 심한 상태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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