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늘어나는 연말이다. 이 시기는 주취 폭력도 함께 증가한다. 특히 가정 폭력이 우려되는 때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가정폭력과 술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주변에 주취 폭력을 상습적으로 일삼는 사람이 있다면 처벌 못지않게 치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코올 치료를 통해 술을 끊도록 하는 것만이 가정폭력의 재발은 물론, 술로 인한 각종 사고와 사망, 가정 해체 등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지속적인 과음과 폭음은 뇌 기능을 망가뜨리고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폭력성이 높아진다. 허 원장은 “뇌의 전두엽 부분이 알코올에 의해 손상을 입게 되면 충동 조절 능력을 잃게 된다. 술을 장기간 마신 사람일수록 감정 조절이나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져 쉽게 화를 내거나 공격적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사랑중앙병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입원한 전체 여성 환자 159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30대(30세~39세)로 48명이다. 알코올 의존증 입원 환자 연령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알코올 의존증은 재발률이 높아 신규 환자보다 재입원 환자가 2배 이상 많다.
허 원장은 “단순히 술주정이라고 생각하는 증상도 의학적으로 보면 알코올 의존증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며 “술로 인해 가정, 직장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알코올 전문병원이나 지역 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치료적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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