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부비동염, 비염으로 오인해 방치하면 합병증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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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막힘과 농성 분비물, 후비루, 안면통이 특징적

만성 부비동염은 부비동 염증이 12주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오랜 염증으로 점막이 붓고 섬모 수가 감소하면서 기능 저하가 나타난 상태다. 부비동 염증은 대부분 한 번 나빠지면 회복하기 어려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이재용 교수는 “만성 부비동염을 방치할 경우 드물지만 안와 주위 농양, 안구봉와직염, 뇌수막염, 뇌농양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비동은 코 주위 얼굴 뼛속에 있는 공기주머니다. 상악동, 사골동, 전두동, 접형동이 있다. 부비동은 음성을 공명하고 흡입하는 공기의 습도와 비강 내 압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부비동 내벽은 점막으로 덮여 있다. 자연공이라는 구멍을 통해 비강(코 내부 공간)으로 연결돼 있다. 점막에서 분비하는 점액은 외부 물질과 병원균을 포획하고 섬모 수송 작용을 통해 자연공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염증으로 인한 코막힘과 후비루 나타나

만성 부비동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부비동이 정상 기능을 유지하려면 자연공이 개방돼 있어야 한다. 정상적인 점액 섬모 기능과 분비물 생성 역시 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요인이 손상되면 부비동염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 결핍, 알레르기나 진균 감염도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치과 수술이 증가하면서 치아가 원인이 되는 치성 부비동염도 증가하고 있다. 


만성 부비동염은 비염과 혼동하기 쉽다. 이 교수는 “비염은 알레르기나 외부 자극 물질, 점막 내 자율신경계 이상 등에 의해 점막 충혈, 맑은 콧물, 재채기, 가려움 등이 주된 증상”이라며 “만성 부비동염은 염증으로 의한 코막힘, 비강의 농성 분비물, 코가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안면 통증, 두통, 후각 저하, 악취, 기침 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점막에 물혹이 동반되는 경우도 비교적 흔하다. 이 경우 혹 크기에 따라 코골이, 외비 변형, 안구돌출, 복시를 동반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약물요법 병행해야

치료는 크게 약물·보조요법으로 이뤄진 보존적 요법과 수술요법으로 나뉜다. 약물요법으로는 일차적으로 항생제와 혈관수축제를 사용한다. 원인과 증상에 따라 거담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경구 및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병행한다. 보조요법으로는 생리식염수 비강 세척, 국소 온열요법, 습윤제를 첨가한 증기 흡입 이 있다. 가피 형성 억제 목적으로 점막을 가습하고, 점액의 점성을 낮춰 원활한 배액과 섬모운동을 촉진한다.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80년대 중반 개발된 부비동 내시경 수술은 확대되고 깨끗한 시야를 제공해 병변을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다. 정상 점막 보존에도 용이해 수술 후 더 빠른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 방법은 자연공을 확장해 부비동의 병변을 제거하고 환기를 유지한다. 비강 내 구조적 이상을 없애고 교정하면서 필요시 병적 점막을 제거한다. 수술로 부비동 기능이 정상화되더라도 항생제를 포함한 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섬모 기능 촉진과 점막 염증 제거를 위해서다. 적절한 약물·수술치료에도 불구하고 3~14%의 환자에서는 재발에 의한 재수술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비강 세척과 마스크 착용 도움

최근 물혹을 동반한 만성 부비동염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성 질환의 병태생리 내에서 특정 분자 경로를 표적으로 치료한다. 최근 두필루맙(Dupliumab), 오말리주맙(Omalizumab) 등 단일클론항체 제제들이 미국 FDA 승인을 받는 등 임상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치료 후 꾸준한 관리도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만성 부비동염 환자라면 건강한 점막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비강 세척, 습도 유지, 외부 자극을 피하기 위한 마스크 착용, 금연, 금주, 면역력 증강, 기저질환 관리가 도움된다”며 “적절한 치료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으니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관찰을 통해 재발을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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