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1월 17일은 ‘세계 췌장암의 날’이다. 췌장암은 치료가 까다로운 암으로 꼽힌다. 다른 암보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 조기 발견이 어려워 예후가 좋지 않다.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미 진행된 상태로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손효문 부원장은 “비만, 당뇨, 만성 췌장염 등을 앓고 있는 50세 이상 고위험군이라면 췌장암 정기검진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췌장은 명치 끝과 배꼽 사이 상복부에 위치한 장기다. 복강 내 장기 중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소화에 관여하는 췌액과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한다. 췌장은 질환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는 게 문제다. 보통 소화가 안 되거나 명치 끝 쪽이 아파서 대증적인 치료를 받다가 병을 발견한다.
췌장암은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된다. 5년 생존율이 국내 10대 암 중 가장 낮은 수준인 15.2%(중앙암등록통계 2016~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특히 50대에 접어들면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췌장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흡연, 당뇨, 만성 췌장염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5배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뇨는 췌장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췌장암으로 인해 당뇨가 생기기도 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췌장암 발병 위험이 2배 정도 높다.
췌장은 각종 소화기관에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이상 증세를 진단하기 쉽지 않다. 여러 혈관과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수술하기도 힘들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20% 정도만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면 위험인자를 피하는 게 최선책이다. 췌장암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매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중 줄고 소화불량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의심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췌장에서는 아밀라아제, 라파아제, 트립신 등 소화효소가 분비된다. 그런데 췌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이런 소화효소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소화와 영양소 흡수가 되지 않아 이유 없이 살이 빠진다. 1개월 이상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명치 아래나 옆구리, 등과 허리 쪽 통증이나 황달 증상도 췌장암의 주요 증상이다.
또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돕는다. 췌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혈액 내 포도당이 넘쳐 혈당 조절이 안 된다. 가족력이 없는데도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췌장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손 부원장은 “고위험군일 경우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기 전에 정기적으로 초음파와 복부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췌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위험인자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단 금연은 필수다. 담배는 췌장암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음주 자체는 췌장암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만성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절주가 필요하다. 또한 고지방·고칼로리 식사를 피한다.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하면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한다. 적절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된다. 특히 당뇨나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다면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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