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 선택 항목에는 다양한 초음파 검사들이 있습니다. 초음파는 민감도가 높은 유용한 영상 검사입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불필요한 과잉 검사를 증가시키는 원인의 하나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선택이 되지 않으려면 수검자 스스로 목적을 분명히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별다른 증상이 없고 질환 고위험군이 아니면 쓸데없기 쉽습니다.
목을 지나는 동맥인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향하는 혈액의 80%가 지나가는 통로입니다. 목젖 좌우에 위치해 손가락을 대면 맥박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경동맥 초음파는 경동맥의 내막 두께와 동맥경화도를 파악하는 검사인데요, 경동맥이 좁아지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거나 혈전(피떡)이 떨어져 올라가 뇌혈관이 막힙니다. 피가 통하지 않아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커집니다.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지거나 갑작스럽게 손발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며 어지럼증·안면 마비 증상이 나타납니다. 뇌졸중·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대사 질환을 앓는 50세 이상에게는 동맥경화에 따른 혈관 벽의 변화를 평가하고 심뇌혈관 질환을 예측하는 데 활용됩니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 인자가 없고 무증상인 성인에게 경동맥 협착 건강검진은 권하지 않습니다.
갑상샘 초음파는 목에 혹이 만져지는 등 임상 증상이 있거나 갑상샘암 고위험군에 해당할 때 시행해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에 따르면 무증상 성인에게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샘 초음파 검사는 권하지 않습니다. 암 건강검진 효과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검진으로 사망을 줄일 수 있는지기 때문입니다. 무증상 성인에게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샘암 검진이 갑상샘암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는 불충분하다고 합니다.
복부 초음파는 상복부에 위치한 간·담낭·담관·췌장·신장을 보는 검사입니다. 지방간·간경변증·간암·담석증·담낭·담도암 등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복통·소화불량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약물치료를 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해보는 게 좋습니다.
중증 담석 환자의 문제 중 하나는 복통·소화불량을 느껴본 적이 많음에도 초음파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아 담석 진단을 못 내리다가 병을 키웁니다.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는 만성 간염·지방간 환자도 복부 초음파 검사는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췌장은 복부 뒤쪽에 깊이 있어서 초음파 검사의 민감도는 떨어집니다. 건강검진에서 췌장암 선별검사를 위한 방법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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