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정문재·임가람 교수 연구팀은 담관 폐쇄 환자의 진단·치료를 위해 진행하는 내시경 역행 췌담관 조영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투여할 경우 합병증 발생률이 70% 넘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소화기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소화를 돕는 쓸개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담관을 거쳐 이동한다. 이때 담석증, 암 종양 등으로 담관이 막히는 담관 폐쇄를 앓으면 황달이 나타나거나 간경화증과 같은 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은 담관 폐쇄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사용되지만, 내시경 도구를 담관 내로 삽입하는 과정에서 담관 파열, 감염, 출혈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시술 후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전체 시술 환자의 10%에 이른다는 발표도 있다.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해 시술 전 항생제를 미리 투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효과에 관한 임상 연구가 없어 미국과 유럽, 국내에서도 항생제 예방 투여를 권고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2017년 4월부터 약 4년간 세브란스병원에 담관 폐쇄로 내원한 환자 349명을 대상으로 ERCP 전 항생제 선제 투여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시술 전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투여한 A군(176명)과 그렇지 않은 B군(173명)의 시술 후 합병증 발생 빈도를 조사한 결과, 시술 전 항생제를 투여한 군에서 합병증 발생률이 최대 71%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RCP 후 자주 발생하는 합병증 발생률이 줄었다. 세균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균혈증 발생률은 A군 2.3%(4명), B군 6.4%(11명)였다. 또 담관염 발생률은 A군 1.7%(3명)인 반면 B군은 6.4%(11명)로 나타났다. 정문재 교수는 “담관 폐쇄 진단과 치료를 위해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을 시행하면서 합병증이 많이 발생했지만 시술 전 항생제 투여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없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내시경 시술을 앞둔 담관 폐쇄 환자에게 항생제를 미리 투여할 것을 권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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