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흡연 함께 하면 두경부암 발병 위험 얼마나 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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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 병원] 〈76〉조기 진단과 세밀한 치료 계획 세울 수 있는 곳

 ◆환자·보호자는 질병 앞에서 늘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적절한 진료과와 병원, 치료법을 결정해야 할 때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고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을 갖춘 병원에 가길 원하지만, 선별해내기가 쉽지 않죠. ‘이럴 땐 이 병원’은 이런 이들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환자·보호자 사례에 맞춰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도움되는 핵심 정보를 제공합니다.

환자의 궁금증

40대 직장인 남성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 20여 년간 술과 담배를 즐겨 했는데요. 얼마 전 음주와 흡연을 함께 하면 두경부암 발병률이 크게 증가한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과 특징이 궁금합니다. 
 

의사의 한 마디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박일석 교수

두경부암은 구강·인두·후두 등 상기도 소화관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악성 종양을 말합니다. 두경부암에 걸리면 음식을 먹는 것과 말하는 것, 숨 쉬는 것 등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60만 명 이상의 두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음주와 흡연입니다. 음주와 흡연을 같이 했을 땐 상승 효과가 커져 두경부암의 발병률이 35배 이상 높아집니다. 2016년 세계적인 역학 학술지인 ‘유럽역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두경부암 환자 1569명과 대조군 3147명을 분석한 결과, 음주와 흡연을 모두 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경부암 위험이 최대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주와 흡연은 구강암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자는 남성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약 2배, 여성의 경우 약 3배 구강암 발생률이 높습니다. 음주력이 있어도 구강암 발생률이 1.7배 높은데요. 술은 많은 양을 마실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실수록 위험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두경부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구강과 혀에 보이는 궤양이 관찰되면 구강암이나 설암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물감, 목소리 변화, 쉰 목소리가 발생한 경우 후두암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흡연자에게 이와 같은 증상이 갑자기 발생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실제 2020년에 발생한 두경부암 환자를 보면 50대 이상이 85%였고, 연령대별로는 60대가 30%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두경부암은 목 주위 림프절에 전이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목에 동그랗게 만져지는 덩이가 발견된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두경부암 증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후두내시경을 받아 두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두경부암은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 중 하나입니다. 성공적으로 치료하더라도 구강의 기능적 장애가 남을 수 있어요. 암의 크기와 침범 범위, 환자의 상태, 의료진의 경험, 환자의 치료 순응도에 따라 치료를 결정합니다. 두경부암 치료는 정상 기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합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을 이용해 입 안쪽이나 겨드랑이, 귀 뒤쪽을 작게 절개해 수술하는 방식으로 흉터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두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과 금주를 해야 합니다. 흡연자의 경우 40대 이상이면 1년에 한 번씩 두경부암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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