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맥은 정상 맥박이 아닌 걸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상 맥박은 1분에 60~100회 뛰는데요, 분당 60회보다 느리면 느린(서맥성) 부정맥, 100회보다 빠르면 빠른(빈맥성) 부정맥이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있습니다. 부정맥은 나이 든 사람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최지훈 교수는 "각 연령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정맥의 종류는 조금 다르다. 젊은 연령에서도 잘 발생하는 부정맥은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이라는 빠른 부정맥으로, 어릴 때부터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아 젊을 때도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 심실조기수축도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빈맥성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병이 심방세동인데요, 30~40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노화와 관련 깊습니다. 대표적인 노인성 부정맥으로, 65세를 기점으로 유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부정맥의 대표 증상은 두근거림과 호흡곤란입니다. 또 심장 맥박이 너무 빠르면 실신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장은 피를 효과적으로 짜주는 펌프 역할을 하는데, 충분히 짜주는 시간이 짧아지면 역시나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젊은 연령대에서 흔히 보이는 부정맥은 진단만 되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은 시술로 완치를 기대해볼 수 있는 부정맥입니다. 최 교수는 "근육 덩어리인 심장의 근섬유는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일종의 전깃줄에 비유할 수 있다. 근섬유를 변형시키면 고유한 전도 능력을 잃어버리므로 심장에서 뱅글뱅글 도는 회로를 찾아 끊어주면(도자 절제술) 완치된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환자에게서 잘 나타나는 심실조기수축도 시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는 부정맥의 하나입니다. 서맥성 부정맥은 심장박동기를 삽입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박동기 삽입으로 완치됩니다.
시술 치료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 교수는 "몸에 새로운 물질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심리적 경계가 있다. 그렇지만 환자가 질환으로 인해 고통이 심할수록 시술,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심장박동수가 너무 늦으면 실신할 수 있다. 3~10초 심장이 안 뛰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머리로 피가 가지 않아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다. 운전하다 의식을 잃으면 더 큰 사고로 발생할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어지럼증·두근거림·실신 등 불편한 증상이 부정맥 때문으로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면 치료를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부정맥은 진단이 어려운 게 문제입니다. 실신해서 병원에 왔을 경우, 실신 당시 심장이 어떻게 뛰었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는 "실신이 부정맥 때문이라면 증상이 자주 나올 것이라 예측해 24시간 심전도를 부착하는 검사(홀터)를 한다. 신호를 분석해 부정맥 여부를 판단하는데, 부착 시간이 짧기 때문에 홀터 진단율이 10%가 채 안 된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패치형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간의 심장 리듬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의 심전도 기록을 가지고 와서 부정맥이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최 교수는 "10대 때부터 평생 두근거림으로 고통받아온 70대 환자가 있었는데, 수많은 병원에 다녀도 정상이라고만 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힘들게 버텨오다 응급실에서 다행히 부정맥이 진단된 사례가 있었다. 지금은 시술로 완치했다"며 "부정맥은 이처럼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환자도 진단을 위해 패치형 심전도 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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