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사망률 높은 심부전, 재입원 막는 집중 모니터링·치료 필요

인쇄

[닥터스 픽] 〈88〉심부전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자영업을 하고 있는 60세 남성입니다. 요즘 계단을 오르거나 약간 빠르게 걸으면 숨이 차오를 때가 많습니다. 저녁에는 신발이 잘 맞지 않을 정도로 발이 퉁퉁 붓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노화 현상이겠지’하고 생각했는데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는 아들 성화에 찾은 병원에서 심부전 진단을 받았습니다. 무슨 병인가 찾아보니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입원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예후가 나쁘다고 합니다. 아직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나름 건강관리를 잘 해왔다고 자부했는데 심부전으로 진단받고 충격이 큽니다. 앞으로 어떻게 치료·관리해야 하나요.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강석민(대한심부전학회 회장) 교수의 조언

심부전으로 진단받았다고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증상 진행을 늦추는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심장의 상태 변화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면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주신 분은 다행히 심부전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지만, 의외로 숨이 가쁜 호흡곤란, 전신 무기력감 등 심부전 증상이 있어도 병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흔히 가슴 통증이 있을 때만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해입니다. 심부전은 모든 심장 질환의 종착역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심방세동, 관상동맥 질환, 심장판막 질환 등 다양한 위험 요소가 심장을 압박하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집니다.

전신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면 산소 공급량이 감소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몰아쉽니다. 심부전이 더 심해지면 가만히 앉아있을 때도 숨이 가쁘다고 느낍니다. 다리·발목·발도 잘 붓습니다. 심장이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는 힘이 약해진 데다 중력의 영향으로 발끝에서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오지 못해 부종이 잘 생깁니다. 이 외에도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영양 공급이 불량해져 전신 무력감, 메스꺼움,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별해 보이지 않더라도 호흡곤란, 부종, 전신 무력감 같은 증상이 있다면 심장 상태를 살펴보는 검사를 권합니다. 

사실 심부전은 증상만으로 다른 질병과 감별하기 어렵습니다. 심부전이 의심될 때 심부전 바이오마커(NT-proBNP)를 활용한 간단한 혈액검사로도 심부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NT-proBNP는 심부전으로 심근세포가 늘어날 때 많이 생성되는 물질입니다. 


진행성 질환인 심부전은 발견이 늦을수록 심장 기능이 더 나빠져 장기 예후가 불량합니다. 안타깝게도 중증 심부전은 암보다 사망률이 높을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심부전 환자의 1년 생존율은 75%, 5년 생존율은 55%에 불과합니다. 이는 주요 암과 비교해도 낮습니다. 심부전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이 늘면서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심부전을 앓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 우려스럽습니다. 

심부전은 반복적 입·퇴원을 막는 치료 전략이 중요합니다. 심장은 고작 1분만 멈춰도 신체 기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치명적으로 악화합니다. 심부전이 진행하면 심정지 등 급성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 생명이 위독해져 응급 입원합니다. 이후 상태가 좋아져 퇴원했다가 다시 상태가 나빠져 재입원하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심부전 악화를 반복적으로 겪으면 심장이 지속해서 타격을 받으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점점 더 약해집니다. 쉽게 말해 병원의 입·퇴원을 반복할수록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초기부터 안정적인 심부전 증상 관리가 중요한 배경입니다.

실제 심부전은 입원할 때마다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심부전으로 처음 입원했을 때 생존 기간은 2.4년이지만, 두 번째 입원때는 1.4년, 세 번째는 1.0년, 네 번째는 0.6년으로 단축됩니다. 특히 퇴원 직후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심부전 환자 4명 중 1명은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합니다. 이 시기 사망 위험도 최대 10%로 높습니다. 반면 외래에서 안정적으로 심부전을 관리했을 때 5년 생존율은 무려 86%입니다.

심부전 진단으로 걱정되시겠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반복적인 입·퇴원을 막으려면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심부전 환자의 치료 환경은 점차 좋아지고 있습니다. 심장에 직접 작용해 심박출률을 개선하면서 구조적으로 변형된 심장까지 회복 가능한 심부전 치료제(엔트레스토)로 심장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엔트레스토 치료로 비대해진 심장 크기를 줄이면서 변형된 심장까지 회복시키면 심부전 재입원 등 복합 위험을 46%나 줄여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인 만성 심부전 환자도 엔트레스토 같은 ARNI 계열 약을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받아 1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심부전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집중 모니터링도 필요합니다. 심부전 진단 때도 활용했던 심부전 바이오마커 혈액검사로 예후 예측도 가능합니다. 심부전 집중 모니터링은 주로 급성 심부전으로 퇴원한 직후에 이뤄집니다. 혈중 NT-proBNP 수치가 높아지면 심부전 급속 악화의 위험 신호입니다. 심혈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급성 심부전으로 퇴원한 다음에 NT-proBNP 검사로 모니터링하면 재입원 위험을 39%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활습관 교정도 실천합니다.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모두가 다 아는 금연, 금주, 체중 감량, 싱겁게 먹기, 운동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합니다. 특히 숨이 차더라도 심장을 단련하는 운동이 중요합니다. 운동은 일종의 심장 재활 치료입니다. 스트레칭,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등으로 심장 근육을 강화하면 심부전 진행을 늦추는데 긍정적입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