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을수록 난임 대응 어려워…더 빨리 치료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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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동행] 일산 마리아병원 이재호 원장

필자가 고등학생이던 1990년대 새해 설날에는 가족 20여 명이 식사를 하며 갓 서른을 넘긴 이모의 결혼을 걱정하던 할머니의 걱정어린 탄식이 또렷이 기억난다. 요즘엔 이제 막 직장에 입사해 사회 초년생의 자유를 만끽할 나이지만 그 시절엔 그랬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결혼 연령의 증가는 필연적인 일이다. 그와 함께 난임과 고령 임신에 따른 출산 위험의 증가 같은 반갑지 않은 현상도 뒤따른다. 의학적으로 35세 이후에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면 고령 모성 여성(AMA)으로 정의 된다. 물론 35세가 넘었다고 임신 능력의 스위치가 꺼지는 것은 아니다. 고령 모성 연령으로 분류되더라도 대부분 건강하게 임신·출산할 수 있다. 임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연하게도 개인의 건강이다. 

문제는 여성의 출산 가능성 또는 한 생리 주기 동안 임신을 달성할 확률이 30대 초반부터 완만하게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특히 37세이후부터는 그 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구체적으로 20~30대 초반의 건강한 사람이 한 생리 주기 동안 임신할 확률은 25~30%정도지만, 40세에 이르면 이 비율이 10% 미만으로 줄어든다. 더 나아가 40~45세 여성은 생식 능력이 최대 95%까지 감소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생물학적 시계 개념이다. 

가임력의 한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다가온다. 우리는 미래에 임신을 계획할 때, 몸의 변화는 시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 가정하는데, 이는 큰 오산 중 하나다. 여성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난임의 위험도 높아지며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단순히 임신을 미루는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치료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나타나는 난임의 특성은 독특하다. 안정적인 생활을 만들고, 오랜 학업에 투자한 시간을 보상받고, 좋은 짝을 찾는 등 태어날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온전히 준비하기 위해 결혼·임신을 미룬다. 사실 생물학적인 이유보다 현실에서 숫자로 다가오는 여러 장애물이 임신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단편적인 요소로 규정하기 어렵다. 사회적 난임이다. 

이미 고령이 된 상태라고 임신을 무작정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생식의학이 발전하면서 성공적인 난임 치료로 35세 이상의 임산·출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20%의 사람들이 35세 이후에 첫 아이를 낳고 있다. 고령 임신·출산에 대한 장단점은 명확하다. 고령 나이의 임신은 상대적으로 높은 재정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질 높은 삶과 교육을 제공하는 환경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35세 이상인 경우 유전학적 이상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수로 권고될 만큼 중요하다. 

결혼이 늦어지는 만큼 난임은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대부분의 난임은 빠른 의료적 개입으로 치료 가능하다. 난임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임신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의료진은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상황을 평가하고 나이, 건강 상태, 난임 원인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난임 치료 계획을 제시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빨리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더 빨리 난임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루고 미루다가 난임에 직면하게 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과 심리적 스트레스는 기하 급수적으로 쌓여간다. 또한 단순히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 뿐 아니라 이러한 난임은 부부의 미래와 가족 계획에 대한 꿈을 아예 무너뜨려 버릴 수 있다. 시간은 우리의 편의대로 흐르지 않으며, 생식 능력은 나이와 함께 틀림 없이 비가역적으로 변한다. 미래의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난임 병원을 더 빨리 찾아야 한다. 빠른 대응으로 희망을 살릴 수 있다. 아기 한 명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희망을 갖고 주체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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