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50대 중반 여성입니다. 몇 해 전 폐경(완경)이 왔는데 그 무렵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으로 진단받고 스타틴을 처방받아 복용 중입니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저처럼 월경이 끊긴 후에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여성은 폐경 이후엔 이상지질혈증에 조심해야 한다던데 왜 그런가요. 또 혈액 검사에서 지질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는데 지금보다 운동량을 늘리고 식습관을 개선하면 이상지질혈증 약을 먹지 않아도 될까요.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의 조언
여성은 누구나 50세를 전후로 폐경을 겪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월경 후 12개월 이상 월경을 하지 않으면 폐경으로 진단합니다. 단순하게는 매달 겪던 월경이 사라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폐경에 접어들면 혈관 세포 기능을 보호하면서 뼈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정상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합니다. 폐경을 기점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복부 비만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합니다. 그래서 여성은 특히나 폐경 이후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폐경 이후 여성은 이상지질혈증에 취약합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서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2022)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0대 39.1%에서 50대 56.7%, 60대 71%, 70대 이상 75%로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게다가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 역시 폐경 이후 여성은 폐경 전 여성보다 수십배 증가했습니다. 반면 남성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0대 55.8%, 50대 55.4%, 60대 56.9%, 70대 이상 51.1%로 연령에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차이를 보입니다.
여성은 폐경으로 내 몸을 지켜주던 보호막이 사라집니다. 예전과 똑같이 생활하면 전신 건강이 나빠질 수 있어 더 신경써야 합니다. 간혹 질문을 주신 분처럼 운동, 식습관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 수준까지 맞추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분이 많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포함해 나이, 가족력, 비만도, 당뇨병 유무, 흡연 유무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낮다면 생활습관 교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줄일 수 있는 LDL 콜레스테롤은 최대 20~30% 수준입니다. LDL 콜레스테롤의 80%는 체내에서 여러 기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운동량을 늘리고 포화지방, 단순당 섭취를 줄여도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기전을 가진 스타틴 계열의 약물 복용이 필요합니다.
심혈관 예방 효과가 확실한데도 스타틴 약물치료를 미루다가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사건을 경험한 다음에 뒤늦게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스타틴 계열의 약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 남녀 성별에 상관없이 유의한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로 심혈관 질환을 40% 이상 낮췄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한국인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스타틴 계열 약 중 하나인 아토르바스타틴을 투약했더니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치료 시작 16주만에 치료 목표에 도달했습니다. 또 심각한 이상 반응도 겪지 않았습니다.
최근엔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은 저위험군도 LDL 콜레스테롤을 100~116㎎/dL 이하로 낮췄을 때 전 생애에 걸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심혈관 질환 예방에 유리하다는 의미입니다.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거나 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는 경우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입니다. 그래서 더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상지질혈증의 약물치료는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약을 잘 먹고 12주 간격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치료 시작 초반에는 약물치료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4~12주 간격으로 지질 검사를 시행해 치료 목표에 도달했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약물치료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졌다고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수치가 높아집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당뇨병 등 내인적 원인으로 발생하고 생활습관 교정으로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게다가 약을 먹었다가 중단하거나 약 용량을 줄이면 약물 효과로 조절되던 질환이 반동적으로 악화하는 리바운드 효과로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더 높아지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은 폐경으로 힘든 여성의 몸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가합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에 취약한 여성이 남성보다 스타틴 등 약물치료 시점이 늦다는 보고도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폐경 전후라면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받길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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