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신체 곳곳에서 노화가 시작된다. 특히 무릎 관절은 자주 사용하는 만큼 퇴행성 변화가 빨리 찾아오는 부위다. 관절은 오래 쓰다 보면 연골이 닳고 손상돼 통증을 유발한다. 퇴행성 관절염을 알리는 신호다. 안타깝게도 관절을 덮는 연골 조직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 말기로 악화할 경우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인공 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 마지막 치료 선택지가 된다. 관절염 초·중기 치료 시기를 놓쳐선 안 되는 이유다.
이제는 중기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 골수줄기세포 주사(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내 주사)를 활용하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중기 무릎 관절염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가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한 것이다. 이로써 중기 무릎 관절염 환자에겐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겼다. 힘찬병원은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를 발 빠르게 도입해 환자들의 관절 기능 개선을 돕고 있다. 힘찬병원 이수찬(사진) 대표원장을 만나 무릎 관절염의 특징과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무릎 관절염 진행 단계는 어떻게 구분하나.
“관절염은 X선 검사 결과 무릎 관절 간 간격과 연골 상태 등에 따라 등급(KL)을 구분한다. 관절 뼈 사이 간격이 10~50% 사이로 좁아졌으면 2기, 50% 이상이면 3기다. 아예 맞닿아있는 상태는 4기다. 이중 중기 관절염은 2~3기에 해당한다.”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무엇인가.
“골반 뼈에서 피를 뽑아 원심 분리한 뒤 줄기세포와 성장인자가 포함된 골수 농축물을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중기 무릎 관절염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 기능을 개선해주는 게 특징이다. 보건복지부도 유일하게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한 ‘자가 줄기세포 치료’다. 이미 수많은 논문을 통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사실 골수줄기세포 치료는 2012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바 있다. 당시엔 인정 대상이 연골결손 환자로 한정적이었다. 치료 연령은 15세 이상부터 50세 이하, 외상으로 인한 연골 손상 크기는 2~10㎠ 이내여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엔 치료 대상과 적응증, 시술 방법이 더욱 확대됐다. 모든 연령대의 중기 무릎 관절염(2~3기) 환자에게 적용 가능하다.”
-치료의 장점은.
“비교적 간단한 주사 치료로 관절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항염증 효과가 있어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줄여주고, 관절의 기능 개선을 돕는다. 환자 본인의 몸에서 추출한 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거부 반응이 적고 안전하다. 절개나 관절경이 아닌 주사 치료 방식이어서 따로 마취·절개가 필요 없다. 시술 후 통증도 거의 없는 편이다. 대부분 치료 후 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연령 제한이 없으므로 중기 관절염 환자라면 누구나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시술 과정을 자세히 알려 달라.
“우선 환자의 골반 위쪽(장골능)에서 약 60㏄의 골수를 뽑는다. 이후 골수를 원심분리기로 돌리면 혈장, 줄기세포, 적혈구로 층이 나뉜다. 분리·농축 단계를 거쳐 다량의 줄기세포를 포함한 골수 농축물 약 3cc를 추출해 시술한다. 대기 시간부터 주사 시간까지 치료의 모든 과정은 약 1시간 이내면 끝난다.”
-특허 받은 기기를 사용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힘찬병원에선 환자로부터 채취한 골수 혈액을 원심분리기로 분리한 다음 특허 받은 분리기로 골수 농축물을 추출해 주입한다. 사람의 손으로 추출할 경우 줄기세포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계를 이용하면 안정적으로 다량의 줄기세포가 포함된 골수 농축물을 추출할 수 있다. 결국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줄기세포 이 외의 다른 성분이 다량 들어가면 몸이 붓거나 통증이 더 심해지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골수 농축물을 추출한 후엔 특허 받은 활성화 장치를 사용한다. 줄기세포와 성장인자들의 움직임이 활성화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활성도가 높아질수록 줄기세포의 조직 재생 능력도 높아진다.”
-치료 후 통증이 얼마나 개선되나.
“최근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를 받은 환자 31명(40건)을 대상으로 시술 후 평균 3.6주 지난 시점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통증이 약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정도는 시술 전 평균 5.1에서 시술 후 평균 2.3으로 확인됐다. 10으로 갈수록 통증의 강도가 강함을 의미한다. 증상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시술 전 평균 78.2에서 시술 후 평균 90.2로 대폭 개선됐다. 0~100점까지 범위에서 숫자가 높을수록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무릎 부종, 무릎 소리(갈리는 느낌), 경직성(뻣뻣함) 등에서 증상이 크게 호전됐다.”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은.
“지속 기간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통 한번 주사 치료를 하면 1년 6개월~2년 정도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관리만 잘하면 2년 이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여러 논문 결과에 따르면, 1년 6개월에서 2년 주기로 2~3번 정도 주사 치료를 하는 게 권장된다. 3개월 지나면서 효과를 보기 시작해 6개월에서 정점을 이루고 2년 정도 후엔 사라진다.”
-발생 가능한 부작용이 있다면.
“특별한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환자 본인의 조직을 이용한 주사 치료여서 거부 반응이 나타날 위험이 적다. 드물게 시술 후 무릎이 붓고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며칠 뒤 정상으로 돌아온다. 일시적으로 경미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아직 심각한 부작용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인공관절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나.
“현재로선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가 인공 관절 수술의 대안이 될 순 없다. 연골이 모두 닳은 말기 관절염에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기 관절염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춰 인공 관절 수술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중기 관절염일 때 효과적인 비수술 치료 옵션이다.”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모든 질환이 그렇듯 무릎 관절염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느껴지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유리하다. 증상이 경미하다고 방치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수술적 치료밖에 해답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중기 관절염일 땐 골수줄기세포 주사 치료로 수술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전문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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