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어려운 다발골수종, 신약으로 생존율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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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도입 후 5년 생존율 21%에서 50%로 향상

매년 9월은 ‘혈액암 인식의 달’이다. 암 사망의 주요 원인인 혈액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특히 다발골수종은 백혈병, 림프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꼽힌다. 혈액을 만드는 골수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악성화해 과증식되는 질환이다. 혈액 질환이지만 뼈 통증처럼 뼈와 관련된 증상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아직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은데, 국내에서도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12년 4658명이던 환자 수는 지난해 1만238명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발골수종 전체 환자의 60%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발골수종은 난치병으로 악명이 높다. 치료를 해도 대다수 환자가 재발과 불응을 경험한다. 다행히 신약이 개발되면서 치료 성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평균 수명은 1962년부터 향상됐다. 경구 멜팔란과 스테로이드 병합요법 등 항암치료가 도입되면서부터다. 다발골수종의 항암치료가 불가능했던 과거엔 진단 후 6개월에서 1년밖에 살지 못했다. 이후 1980년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치료에 사용되면서 생존율이 향상됐지만, 2000년까지 국내 다발골수종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약 21%에 머물렀다.

생존율이 눈에 띄게 좋아진 건 2000년대 중반 신약 개발 이후다. ‘보르테조밉’과 ‘탈리도마이드’, 탈리도마이드의 후속으로 개발된 2세대 면역조절제 ‘레날리도마이드’가 도입되면서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현재 국내 다발골수종 5년 상대생존율은 약 50%다. 특히 ‘레날리도마이드’는 2세대 면역조절제인 만큼 1세대 탈리도마이드에서 나타난 흔한 부작용을 개선했다. 심한 피로감과 말초신경염 등을 줄이고 체내 면역반응을 조절해 골수종 세포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이 약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다발골수종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유지요법’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이러한 항암화학요법은 현재까지도 다발골수종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나이, 신체 상태 등을 고려해 다발골수종 치료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70세 미만 젊은 환자는 진단 시 종양 크기를 최대한 줄이는 ‘유도 항암치료’에 이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한다. 표준 유도 항암치료는 세 가지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VRd(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으로 이뤄진다. 이후 고용량 화학요법을 시행하고, 자가조혈모세포를 이식해 골수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을 따른다. 이 단계가 끝나면 좋은 치료 반응을 유지하기 위해 저용량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을 진행한다.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에겐 일반적으로 복합 항암 치료만을 시행한다. VRd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한 이후 보르테조밉을 제외하고 레날리도마이드와 덱사메타손 2제 요법을 지속 투여하는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처음부터 2제 요법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의약품 CAR-T세포 치료에 대한 임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뽑아 암세포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다시 환자 몸에 투약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선 CAR-T 치료제 실타캅타젠 오토류셀(실타셀)이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허가 대상은 프로테아좀억제제, 면역조절제제, 항-CD38 항체를 포함해 적어도 4가지 치료를 받은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의 환자다. 
 
다발골수종의 치료 환경은 이전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CAR-T 치료제와 더불어 차세대치료제 ‘셀모드(CELMoDs)’와 면역세포치료제 ‘이중항체(bispecific monoclonal antibody)’ 등 최근 임상 시험에서 주목할 만한 효과를 보고한 신약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변자민 교수는 “재발이 잦은 다발골수종은 과거엔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치료 성적이 좋아졌다”며 “지속적으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고, 긍정적인 결과에 따른 승인과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어 치료 환경은 꾸준히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차수가 진행될수록 후속 치료에 대한 반응률과 반응 지속 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좋은 치료제를 사용해 환자의 예후를 길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초 유지요법이 급여화돼 치료 선택지를 넓힌 것처럼 새로운 약제에 대한 국내의 제도적 환경도 더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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