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나이 되돌려 가임력 지키는 난자 냉동 미루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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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동행] 송파 마리아플러스병원 김상돈 부원장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 아이에게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자기는 천국에 간다면 대학생 때 모습으로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영원한 삶을 꿈꾼 진시황도 육신의 노화를 거슬러 젊었을 적 모습을 되돌리기 위한 불로장생의 약초를 찾고자 애를 썼다. 젊음에 대한 소망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인가보다. 내가 원하는 젊을 때의 나의 모습을 보관해 뒀다가 내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일이 가능할까. 힘이 좋을 때 나의 근육을 보관했다 기력이 쇠했을 때 다시 내 몸에 붙여 사용하거나, 젊었을 때 두뇌를 보관했다 기억력이 떨어질 때 다시 이식해 쓰는 것처럼 말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일부는 가능하다. 바로 여성의 임신에 관한 영역에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난자 냉동이다.


여성의 생식세포인 난자는 시간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유한성이 존재한다. 먼저 시간적 유한성이다. 난자는 내가 원할 때 언제나 배란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시기를 놓고 보면 난자는 초경 이후부터 폐경까지, 한달에 한 번 배란기에만 나온다. 한국 여성의 평균 초경 나이가 13세, 폐경은 52세이고 매달 규칙적으로 배란된다고 가정할 때 평생 약 480개의 난자가 나온다는 계산이 성립한다. 임신하기엔 충분한 기회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또 있다. 질적 유한성이다. 평생에 걸쳐 배란된 480개의 난자가 모두 양질의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난자도 우리 몸의 다른 조직, 세포처럼 시간의 경과에 따라 노화의 과정을 거친다. 더 안타까운 점은 난자의 노화는 우리 몸의 다른 세포에 비해 시작이 이르고 속도가 빠르다. 의학적으로 35세 이후 출산을 노산(老産)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여성의 몸은 35세 이후부터는 임신·출산이 쉽지 않은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자연적 몸 상태를 고려하면 가급적 35세 전에 임신·출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다. 2022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1세, 초산 연령은 33세다. 첫 아이를 낳는 시기에 우리나라 여성의 몸은 이미 노산에 가까워져 있다. 초산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경력 단절, 자녀 양육 부담, 주택 가격 상승 등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하기 쉽지 않다. 

난임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좀더 일찍 임신을 준비할 걸 하고 후회하는 부부를 많이 본다. 대부분은 그들의 삶의 과제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다가 이제서야 임신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임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왜 늦게 왔냐고 탓하지 않는다. 자책하지도 말라고 한다.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만 난자를 미리 냉동 보관했다면 지금처럼 암담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신을 시도하는 현재는 난소 기능이 저하돼 있고 내 몸에 남아있는 난자의 개수도 적고 노화가 됐을 수 있다. 그런데 젊었을 때 냉동 보관한 난자는 임신을 시도하는 시점보다 훨씬 좋은 상태일 것이다. 더 높은 가능성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이거나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면서 혹은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당장 임신·출산 계획이 없더라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진지하게 난자 냉동을 고려하길 바란다. 자녀 출산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또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이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난자 냉동이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난자 냉동을 위해서는 먼저 여러 개의 난포를 키우는 과배란유도 과정이 필요하다. 과배란유도 과정이 낯설 수 있지만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몸이 상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과배란유도를 위해서는 매일 자가로 피하주사를 놓는다. 살 빼는 주사로 유명한 주사형 비만치료제와 같은 투약 방식이다. 대략 7~10일 정도 과배란유도 주사를 맞으면 채취 가능한 크기의 난포로 자란다. 충분히 자라면 바늘로 찔러 몸 밖으로 난자를 꺼내고 얼려서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한다. 호르몬 투여 등 의학적 처치로 몸이 피곤하거나 하복부 통증, 소화불량,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체외수정시술(IVF)을 시도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이 과정을 씩씩하게 감당한다. 난자 냉동을 고민하는 당신도 잘 감당할 수 있다. 

비용적인 측면은 다소 부담일 수 있다. 임신 시도를 위한 시술이 아닌 난자 냉동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난자 냉동 시술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혀 첫 정책적 접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여성이 비용 부담을 덜고 전향적으로 난자 냉동을 고려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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