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가 항암 치료의 표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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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정밀의료 대담]

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유전체 기반의 개인 맞춤형 치료인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가 특히 주목 받는다. 사람마다 다른 유전·환경·습관적 요소를 모두 고려한 새로운 접근법이다. 최근 항암 치료 분야에서 개인의 유전체 정보 분석 기술인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검사를 지원하고 대용량 개인 유전체 정보를 분석·저장하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밀의료 구현이 가능해졌다. 핵심은 개별화된 진단·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 유전체 변이에 맞는 새로운 치료법인 정밀의료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정밀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립암센터, 한국로슈·한국로슈진단이 종양학 정밀의료 파트너십 협력을 맺고 유전체 변이를 근거로 맞춤 약물을 적용하고 암 환자 유전체 데이터 등을 수집·통합해 분석하는 임상 연구(KOSMOS1·KOSMOS2)를 진행하고 있다. NGS 경험, 약제 접근성 등 현실적으로 정밀의료를 방해하는 장벽을 허물어 유전체 기반 맞춤형 암 치료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종양학 분야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는 2023 대한종양내과학회(KSMO) 추계 학술대회에서도 ‘Collaboration beyond borders, Cancer research beyond limits’을 주제로 암 정밀치료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암 치료 경계를 넘는 공동 작업으로 암 연구의 한계를 넘는다는 의미다.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말기 암환자에게 정밀의료의 등장은 새로운 희망이다. 한국형 정밀의료 구축을 위한 분자종양위원회(MTB·Molecular Tumor Board) 진료 권고안을 발표한 대한종양내과학회 안중배(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사장과 유전체 변이에 따른 항암 치료의 효과 등을 분석하는 KOSMOS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에게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Q1. 정밀의료 생태계가 구축되면 암 치료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이하 김 교수)=“개인별로 다른 유전체 정보를 고려해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항암제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해진다. 현재의 항암 치료는 일괄적으로 적응증을 입증한 적응 범위 내에서 투약한다. 정밀의료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면 임상 유전체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해 NGS 유전자 패널 검사로 암 유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이에 맞는 최적의 표적항암제를 추천할 수 있다. 개인별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맞춤 항암 치료(MGTO·Molecular Guided Treatmen Option)가 가능해진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안중배 교수(이하 안 교수)=“현재 대한종양내과학회를 비롯한 종양학 정밀의료 파트너십에서 수행 중인 KOSMOS1·2 임상연구로 한국형 정밀의료 실현을 위한 임상적 근거를 쌓고 있다. 정밀의료는 환자 중심의 항암 치료를 위한 토대다. 치료 효과를 입증한 항암제라도 개인별로 다른 유전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약을 처방하면 75%는 이런저런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더 나은 암 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항암치료 분야의 최우선 과제가 바로 정밀의료다. 암 치료 분야에서 정밀의료가 자리잡으면 임상 유전체 데이터 베이스(CGDB·Clinical-Genomic Database)로 암 환자가 적은 희귀암도 개인 유전체 등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밀의료를 통해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Q2. 한국은 2017년 전 세계 최초로 폐암·유방암·위암 등에서 NGS 유전자 패널 검사의 건강보험 급여를 지원했는데.

김 교수=“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항암 치료를 위한 의학적 근거를 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단 한 번의 NGS 유전자 패널 검사로 개인별로 다른 암 유전자의 특성, 효율적 약제 선택, 예후 예측 등이 가능하다. 이 환자가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고 어떤 치료제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는지 미리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무수히 많은 약 중에서 개개인에게 맞는 약을 빠르고 정확하게 매칭할 수 있다. 암 치료 정확도를 높여 생존 기간을 늘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 교수=“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이후 연간 1만4000여 건의 NGS 유전자 패널 검사가 시행됐다. 그만큼 방대한 암 유전체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암 환자 유전체 분석을 토대로 한 정밀의료 구현이 가능한지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KOSMOS 연구도 진행할 수 있었다. 대한종양내과학회를 비롯해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립암센터, 한국로슈·한국로슈진단 산업계 등 5개의 개별 기관이 협력한 산·학·연·정 대규모 정밀의료 프로젝트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는 치료 초기에 반응이 좋아도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하면 더 이상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새로운 치료가 필요하다. 1·2·3차 약제 등으로 치료 후 표준 요법에 반응이 없는 경우 추가적인 치료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말기 암환자는 새로운 약제인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한다. 이것도 어려우면 통증 경감 등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를 받는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안중배 교수


최근의 항암 분야 정밀의료는 분자종양보드 솔루션(NAVIFY tumor board)을 활용해 구현이 가능하다. KOSMOS 연구에서도 이를 활용했다. 암환자의 임상 정보, 조직 검사, 병리 정보, 유전체 검사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자종양보드 솔루션에 등록한 다음, 여러 암 전문가가 모인 분자종양위원회(MTB)에서 치료법을 논의한다. 종양내과·병리과 등 의료진, 바이오인포매틱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분자종양위원회에서는 현존하는 치료법 중 가장 이상적인 방법과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약재 목록, 참여 가능한 임상시험 등을 토대로 현실적인 방법을 고려해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특히 여러 명의 의료진이 동시에 접속해 환자 정보를 보면서 다각도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디지털 종양 관리 솔루션인 셈이다.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 사례를 논의하면서 유전체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다.”


Q3. KOSMOS 연구는 유전체 기반의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연구로 허가 범위 이 외의 의약품 사용도 가능하다고 들었다. 결과는 어땠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

김 교수=“매우 조심스럽지만, 새로운 암 치료 접근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 KOSMOS 연구에서는 유전체 변이 등을 고려했을 때 이론적으로 항암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응증 등 현실적 문제로 적용이 어려웠던 암환자에게 도전적으로 적용했을 때 효과를 살폈다. 사실 KOSMOS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는 현 제도에서 쓸 수 있는 약도 없고 평균 기대 수명이 6~2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들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이들에게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삶에 대한 희망을 주고 싶었다. 


KOSMOS 연구로 긍정적인 효과를 본 사례가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희귀한 암에 걸린 환자였는데, 매우 드문 케이스라 빠르게 임상 연구 참여가 확정됐다. 이 환자의 경우 ALK라는 표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LK는 현재 폐암 치료에 적응증을 가진 표적항암제가 존재한다. ALK를 표적으로 한 항암제를 투약했더니 예후가 좋았다. 적응증만 따졌다면 치료조차 힘들다. 환자 자체가 드문 희귀암은 임상 연구도 거의 없다. 특히 이런 환자에게 유전체 기반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가 필요하다. 표적을 찾아 임상 효과를 확인하고 적응증을 등록해 쓸 수 있을 때까지 환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안 교수=“암 정밀의료는 항암 치료 분야에서 주목하는 최신 트렌드다. 미국·일본 등 전 세계에서 관련한 임상 연구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시작 단계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에서도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임상 연구에 7000여 명이 등록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시작해 현재 300~400케이스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연구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더 확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의학적 근거를 빠르게 쌓아 임상 현장에서 유전체 변이에 따른 맞춤 항암 치료가 실현되길 고대한다.” 
 
집단 지성으로 최적의 암 치료 전략 제시
말기암 환자 대상 KOSMOS2 연구 진행 중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 지원 필요 


Q4. 다양한 기관이 함께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김 교수=“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지만 암 정밀 치료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어 가능했다. 내가 혼자 한 일은 아니다. 처음엔 소규모로 하다가 데이터 코딩, 임상 연구 운영 관리 등 필요한 부분이 많아지면서 점차 참여하는 기관이 늘어났다. 유전체 분석 결과에서 적용 가능한 약이 있으면 해당 제약사를 일일이 찾아가 요청하기도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전문적인 데이터 관리가 필요해 국립암센터를 찾았다.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도 학술적인 부분을 조언해줬다. 전체적인 연구의 질 관리는 종양 파트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 도왔다. 산학연이 모이니 정부도 함께 협력하게 됐다. 점차 협력하면서 한국형 정밀의료의 체계를 갖춰 나가는 것 같다. 집단 지성의 힘이다. 오늘도 각 기관이 모두 모여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회의했다. 평소에는 여러 전문가가 화상 회의를 통해 환자 케이스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한다. 전국 단위의 다학제 치료다. 현 상황에서는 어떤 약이 적합한지를 논의해 권고하고 예후를 모니터링한다. 다만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환자 사례는 연구 참여자만 볼 수 있다.” 

Q5. MTB 치료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고 들었다. 

안 교수=“항암 치료분야 정밀의료가 발전하고 있다는 노력의 결과다. 치료 경험이 쌓이면서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첫 번째 가이드라인에서는 다학제 진료 운영 측면에서 필요한 것을 다뤘다면 올해는 HER2, ALK 등 놓치면 안되는 표적은 무엇인지, 어떤 표적이 임상에서 의미가 있는지 등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항암 치료 부분에 대해 집중했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병리학회가 공동으로 정리했다. 몇몇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부족할 수 있는 정밀의료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미래에는 개인별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맞춤 항암 치료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국 단위에서 내 환자와 비슷한 케이스의 다른 환자는 어떻게 치료했는지, 약제 반응은 어떤지 등을 살펴보면 진료·연구 측면에서 발전할 수 있다. 최근엔 정밀의료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미래에는 표적항암제, 암종 불문 항암제를 넘어 개인 표적 맞춤 항암제가 뉴노멀이 될 것이다.” 

Q6. KOSMOS 연구로 얻고 싶은 핵심적인 목표는 뭔가.

안 교수=“암 치료 효과의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고 치료 성적을 개선하는 러닝 헬스케어(Learing Healthcare) 시스템 구축이다. 글로벌 암 치료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정책 등 제도의 변화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예컨대 HER2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항암제의 적응증은 유방암·위암 등이다. 그런데 HER2 변이는 다른 암종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되지 않은 적응증에는 표적항암제를 쓰기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허가 초과요법 등으로 치료를 신청해도 기존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각 사례별로 치료가 결정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는 암환자를 치료하는 의학자다.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지금보다 더 나은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KOSMOS 임상 연구가 정밀의료 실현을 위한 의학적 근거로 활용되길 바란다. 연구로만 끝나지 않고 정책적 환경을 바꾸는 변화의 시작이었으면 한다.” 

김 교수=“더 많은 암환자가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 대규모 임상 결과가 출판되기 전이라도, 다른 암에서 이미 허가를 받고 안전성을 검증 받은 약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진행성 암 환자에게 주어지고 제도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국가 혁신 성장동력 프로젝트로 정밀의료를 선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암환자 유전체를 프로파일링하고 정밀의료 임상 연구를 수행해 적응증을 확대하고, 암 유전체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한다. 더 폭넓은 지원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정밀의료가 한국에 정착되길 바란다.” 

Q7.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안 교수=
“유연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 현 제도는 빠르게 발전하는 암 치료의 속도 변화를 따라오지 못한다. 현재의 항암 치료는 임상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약이더라도 항암 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적응증에서만 쓸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일이지만 그 기간 동안 치료 가능한 많은 환자를 놓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암환자에게도 유전체 기반의 정밀의료를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김 교수=“공감한다. 이와 함께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가 보편화되면 한 번의 NGS 검사로 자신에게 맞는 항암제 선택이 가능해진다. 또 국내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데이터(RWD)로 한국형 정밀의료 환경을 구축하고,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임상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도 만들 수 있다. 이미 관련 연구 체계가 고도화한 미국·일본 등과 달리 한국은 이제 막 체계를 갖추고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다.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 및 치료 체계가 확립될 때까지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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